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습책’ 마련을 지시했지만, 여당 내에서마저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당·정·청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13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만나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템플스테이 지원사업 예산 등이 일부 누락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새해 예산안이 정기국회 회기 내 통과된 건 다행이나 일부 민생예산과 당이 공약한 사업예산이 빠진 건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정간 예산안 협의를 총괄한 고흥길 당 정책위의장이 12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데 이어, 13일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아 안 대표 등에게 유감을 표시하고 대책 마련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안 대표는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약속한 예산이 철저히 지켜지도록 하겠다”면서 “정부도 당의 약속을 존중하고 예산에 반드시 반영토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윤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예산과 재정이 지켜야 할 기준과 원칙을 당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예산 누락에 대한 정부 책임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온도차를 나타냈다.
한편 정부·여당은 일단 '민심 수습'을 위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누락된 템플스테이와 재일민단 지원사업 예산 등에 대해선 각각 관광진흥개발기금과 재외동포재단 예산을 전용하고, 또 춘천~속초 동서고속철 사업 관련 예산에 대해선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지원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여당의 뒷수습에도 불구하고 당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가 증액 의결한 양육수당이나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 등의 복지예산이 정부 원안대로 확정된 점을 두고는 정치권은 물론, 관련 정부 부처 간에도 책임공방이 벌어지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재정부는 “통상 국회 상임위에서 증액된 사업은 일부만 반영되고, 논란이 되는 예산의 경우도 금년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정부 원안에 반영돼 있는 만큼 ‘삭감’된 게 아니다”는 입장이나, 보건복지부에선 “당·정 협의까지 거친 예산을 재정부가 여당 의원들조차 모르는 새 깎아버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른바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증액 논란에 대해 “심사 없이 증액된 부분이 있다면 정부가 집행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번 예산 파동으로 정책위의장이 사퇴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당이 독자성을 상실했다는데 있다”며 예산안 처리 등의 과정에서 당이 사실상 소외된데 대해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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