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이던 1992년, ‘나는 10년 후 뭐가 되고 싶은가’란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기왕 입사했으면 임원은 해 봐야 되지 않겠나는 생각에 임원이 되고 싶다고 썼고 결국은 임원이 됐습니다.” 참고로 삼성그룹 신입사원이 임원을 달 가능성은 1% 미만이다. 외부 영입 인사를 포함하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그는 ‘덤’으로 기업교육분야의 권위자가 되고 싶다는 꿈도 ‘대한리더십학회장’을 맡으며 이뤘다. 현재 기업교육 분야 전문가로 세계 3대 인명사전에도 등재돼 있다.
그럼에도 후회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지금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꿈이 너무 작았어요. 차라리 큰 기업의 사장이나 세계적인 인물이 되고 싶었다고 했으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요컨데 ‘리더는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는 달라야 합니다. 긍정덩어리가 돼야 합니다. 앞서서 푸념하는 리더와 술 한잔 기울이며 파이팅을 외치는 리더의 부하직원은 천양지차일 수 밖에 없죠. 꿈 꾸는 데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그는 이론적인 설명보다는 이에 대해 몸소 와 닿는 구체적인 사례들를 거듭 나열했다. 사실 모든 회사에서는 신년 비전 발표를 하고 구호를 외친다. 모두가 ‘비전’이 중요하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어떻게 실천하느냐의 문제다.
“현대차 화성연구소에서 100여개 팀 별로 비전과 미션, 가치 경진대회를 열면서 강연 요청이 들어왔어요. 차량개발 1센터 1팀이 발표한 비전이 ‘2015년까지 자동차평가기술의 세계표준이 된다’는 것이었는데 저마저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런 팀과 그냥 조직은 게임이 안 되는 게 당연하죠. (보통의) 회사는 가끔 비전선포식을 하지만 (대부분) 가슴이 뛰지 않습니다. 가슴이 뛰게 하는 게 바로 리더의 몫입니다. 팀장은 ‘난 임원이 될 것 같아. 넌 뭐가 될 것 같나’는 식의 ‘꿈의 대화’를 매일 같이 해야 합니다.”
송영수 한양대 교수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글로벌 리더의 조건’을 주제로 강연하던 중 18년 전 삼성그룹 과장 시절 적은 ‘10년 후 나의 소망’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당시 임원과 기업교육 전문가가 되겠다고 했고, 실제로 이를 이뤄냈다며 ‘리더는 큰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직에 혼(魂)을 불어넣고 가치를 공유하면 동료가 동지로 변할 수 있습니다. 리더는 동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좋은 예는 아닙니다만 알 카에다 무장단체가 폭탄을 들고 자폭할 수 있는 건 뜻을 같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집단 만들면 아무리 작은 기업도 ‘강소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23년 동안 삼성그룹에 재직, 상무로 퇴임한 후 한양대 리더십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무실도, 직원도 없었던 이 센터장은 3년 후 연구원 25명, 연 등록금 70억원, 국방대, 기업, 해외 대학에서 한양대 견학시 꼭 거쳐가야 할 ‘대한민국 최고’의 리더십센터를 만들어 냈다. 그럼에도 그는 “같이 근무했다는 자체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센터를 만들자. 이 열정이 식으면 다 끝난다”는 생각으로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는 리더이기도 하다.
그는 이 같은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스스로도 인정했다. “1.5류나 2류 시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비전이나 정신 같은 게 눈에 들어오기 쉽지 않다. 매출, 목표, 이익 밖에 없죠. 하지만 가훈이 있는 집도 있고, 없는 집도 있지만 명가가 되려면 가훈, 즉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참고로 송 교수의 가훈은 ‘한구석을 밝히자(brighten on corner)’. 딸이 셋 있는 만큼 각자 ‘시집’간 후에 들어갈 새 집에 ‘정신’은 남기자는 생각에서 지었다고 한다.
강연이 끝난 후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다 알고 있는 것 아니냐. 실천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없느냐’고. 그런데 그 역시 수많은 강의를 하는 동안 이런 질문에 이골이 난 모양이다. 강연 마지막 1분을 남기고 가장 중요한 한자성어 하나를 소개했다. ‘河己失音官頭登可(하기실음관두등가)’. 영어로 하면 ‘Knowing is knowing, Doing is do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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