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저명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고려인 2세 학자 블라디미르 리(한국명 이우회) 러시아 외교아카데미 아태연구소 소장이 10일 별세했다. 향년 80세.
고인의 가족에 따르면 리 소장은 그동안 지병으로 모스크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10일 숨졌으며 12일 장례식이 치러졌다. 주변 인사들은 그가 암으로 2년 가까이 투병해왔다고 전했다.
리 소장은 정치.외교 사학자로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수많은 논문과 저서를 남겼을 뿐 아니라, 1990년대 초반 소련 공산당 정치국원 보좌관과 최고회의(의회 격) 국제문제위원회 고문을 지내면서 한.러 수교 과정에도 큰 역할을 했다.
12일 오전 11시 모스크바 시내 대통령실 산하 병원에서 치러진 장례식에는 고인의 친인척과 동료, 지인, 주러 한국대사관 직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대사관을 대표해 장례식에 참석한 신성원 총영사는 "학문적으로 뛰어난 고려인 학자이면서 한.러 양국 관계 발전에도 많은 공을 세운 분이 세상을 떠나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1930년 시베리아 치타에서 출생한 고인은 1954년 국립 레닌그라드대학(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역사학부를 졸업하고 레닌그라드 사범대 역사학과에서 박사학위(1958년)를, 모스크바 동방학연구소에서 대(大)박사학위(1969년)를 받았다.
이후 동방학 연구소에서 연구원과 정치문제분과 과장으로 일하던 고인은 1990~91년 소련 공산당 정치국원 보좌관과 최고회의 국제문제위원회 고문을 지내면서 1990년 9월 이루어진 한.러 수교 준비 과정의 막후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후 1991년부턴 러시아 외교부 산하 외교아카데미의 아태연구소 소장을 맡아왔다. 그러면서 외교아카데미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1999년부터 매년 개최해오고 있는 한.러 양국 정.재계 및 문화계 대화 채널인 '한.러 포럼'의 러시아 측 실무 대표로 활동해왔다.
생전에 동북아 지역 및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수많은 연구 업적을 남겼으며, 특히 한국 전쟁의 교훈을 다룬 저서 '아태지역에서의 지역분쟁'(2007년)과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의 근현대 정치.외교사를 정리한 저서 '한반도'(2008년) 등은 뛰어난 학술서로 평가받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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