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광장에는 대형 트리가 등장했고 신나는 캐롤음악은 괜시리 들뜬 마음에 불을 지핀다.
기업들도 이른바 ‘대목’을 맞아 풍성한 이벤트를 준비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그리고 해마다 되풀이 되는 높으신 분들의 ‘난투극’도 등장하며 크리스마스가 코앞에 왔음을 상기시켜줬다.
대한민국 헌법 제 54조에 따르면 국회는 12월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마다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는 ‘마지막 혈전’에 돌입한다.
올해도 국회는 여느 액션 활극 못잖은 흥행 요소 가득한 볼거리를 보여주며 전 국민의 눈과 귀를 쏠리게 했다.
몸을 날리며 활약하는 의원들의 모습은 모두 특수부대 출신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민주주의 정신은 온데 간데 없고 한 쪽에서는 다수의 힘으로 예산안 강행 처리를 위한 수순을 밟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이를 저지하려는 이들이 대거 정면으로 충돌했다.
고상하신 이 분들의 모습은 외신에까지 등장하며 명성을 높였다.
로이터통신은 이날의 난투극을‘오늘의 사진’으로 명명, 난장판이 된 국회의 모습을 전 세계로 전송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데 일조했다.
이쯤되면 다음번 혈투를 위해서라도 개런티라도 적절하게 챙겨줘야 하는게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찰나, 국회에서 의원들의 세비 인상과 정치자금법 개정에는 두말없이 합의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 좋다. 자기 밥그릇 자기가 챙기겠다는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하지만 최근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한 드라마의 대사가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드라마 속 정치인 서혜림으로 변한 고현정은 “정치가 썩었다고 수수방관할 때 정치인들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국민 여러분 회초리를 들어주세요. 회초리로 정치를 바로잡아 주십시오”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녀의 말대로 정신 좀 차리게 해줘야 할텐데, 개인적으로 야구를 좋아하다보니까 회초리 보다는 야구방망이가 좀 더 확실하지 않을까 생각 해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