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은 우선 15일 운영위원회 실무자회의를 통해 2차 확인서를 검토하고 오는 17일 주주협의회를 열어 최종 매듭을 지을 계획이다.
다만 현대그룹이 이미 법원에 MOU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둔 데다, 정치권과 금융당국도 이 문제에 참견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채권단이 MOU를 해지할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 미진한 2차 확인서…채권단 불신만 키워
현대그룹은 전날 채권단이 요구한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대출에 대한 추가 소명자료로 2차 대출확인서를 제출했다.
채권단은 그동안 무보증·무담보 조항이 담긴 구속력 있는 대출계약서 등 증빙서류(텀시트)를 요구했고, 현대그룹은 거절을 거듭하다 결국 2차 대출확인서로 갈음했다.
이 확인서는 나티시스 은행이 이번 대출과 관련해 제 3자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한 사실이 없으며, 대출금이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두 계좌에 그대로 들어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으로부터 거절당한 1차 확인서에도 이같은 내용이 실려 있었기 때문에, 추가 소명자료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채권단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현대그룹과의 MOU 해지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거부안을 오는 17일 열리는 주주협의회의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다.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우선매각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하며, 채권단은 차순위협상대상자인 현대자동차그룹과 협상을 벌이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합병(M&A)시 대출계약서를 제출하는 일은 흔치 않지만 필요하다면 계약서까지 공개해 자금의 성격과 조달 방법을 증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 소송전 불가피… 정치권·당국 개입 가능성도
다만 현재 채권단-현대건설-현대차 간 소송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는 점은 채권단에게 부담이다.
현재 현대그룹은 법원에 MOU 해지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놓은 상태라 법원이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줄 경우 채권단은 다시 현대그룹과 협상을 벌이거나 이의신청을 내야 한다. 반대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현대그룹의 소송이 예상된다.
만약에 채권단이 MOU를 해지하지 않더라도 본계약에서 주주협의회의 80% 이상 동의를 받을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한 의결권 권한 비율은 외환은행 23%, 정책금융공사 22%, 우리은행 21% 등으로 한곳이라도 반대표를 던지면 매각은 무산된다.
이 경우 역시 현대그룹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이 높다.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현대차도 채권단의 결정에 압박을 가할 태세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김효상 본부장 등 외환은행 임직원 3명을 입찰 방해 및 업무상 배임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채권단을 위협했다.
실제 고발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현대그룹 MOU 해지를 이끌어내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이 같은 상황서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이 국정조사권 발동을 언급하는 등 정치권의 압박도 시작되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감독당국도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간섭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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