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수도 관광 1번지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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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1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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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는 일출을 즐길 만한 곳이 많다. 향일암은 매년 12월 31일부터 새해 첫 날까지 일출제를 열고 있다. 여수 시민들은 가까운 자산공원에서 일출을 즐긴다. 사진은 자산공원의 일출정에서 바라본 모습.
(아주경제 윤용환 기자) 바다라는 이름의 유래가 모든 것을 다 바다(받아)주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전남 여수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바다가 있어 스트레스가 없다고 자랑삼아 말한다.

설마 다 그렇기야 하겠는가 만은 그만큼 마음이 넉넉하다는 의미다.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바다를 찾는 이유도 답답했던 마음속 고민을 다 털어버리고 새로운 삶의 충전을 얻기 위해서다.

21세기는 바다의 시대다. 여수는 2012년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삼개월동안 열리는 세계박람회를 통해 세계 속의 여수로 거듭나기 위한 용트림을 하고 있다. 도시 곳곳이 세계박람회장 준비 공사로 활기가 넘친다.

여수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오동도다.

주차장에서 오동도까지는 일제 강점기 때 건설된 약 800여m의 방파제로 연결돼 있다. 시원한 바다냄새를 맡으며 걸어도 좋고, 동백열차를 타고 가도 좋다.

오동도는 동백꽃으로 유명하다. 절정기는 2월말에서 3월초다. 지금은 꽃을 보기에는 이른 철이지만 이미 꽃망울을 터트린 성급한 동백도 가끔 눈에 띈다.

동백은 세 번 꽃이 핀단다. 첫 번은 나무에서 피고, 두 번째는 땅에 떨어진 붉은 동백이 하늘을 보고 피고, 마지막으로는 동백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붉게 물들이며 핀다고 한다. 동백의 꽃말은 ‘그대를 누구보다 사랑한다’이다. 일편단심 변하지 않는 ‘정절’이다. 

여수하면 오동도가 가장 먼저 떠 오른다. 지금 동백을 보기에는 조금 이르지만, 시누대 사이로 부는 바람이 음악처럼 감미롭다.
음악분수대에서 계단을 오르면 시누대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마치 음악처럼 감미롭다. 전국이 한파로 잔뜩 움츠러들었지만 그래도 이곳은 견딜 만하다. 동백 숲을 지나면 왼쪽으로 용굴이 나온다. 깊은 협곡사이로 큰 굴이 뚫려있어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그럴 듯해 보인다. 느긋하게 섬 전체를 산책하는데 30~40분이면 족하다.

오동도를 나오면 주차장 왼쪽으로 50여m 계단으로 이어진 자산공원이 나온다. 오동도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이다. 옆으로 여수박람회 관련시설 공사로 아름드리나무와 기암괴석들이 마구 파헤쳐져 마음이 좋지 않다. 어쩔 수 없다지만 그래도 자연경관을 살리면서 개발을 할 수는 없었는지 아쉽다.

오동도에서 나와 향일암으로 향하다보면 구도심을 지난다. 구도심은 중앙동로터리를 중심으로 진남관과 여객선 터미널 주변 풍물시장이 볼거리다. 진남관은 국내 최대 단층목조 건물인 국보 제304호 전라좌수영의 본영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벽면 없이 689개의 기둥만으로 지붕을 받치고 있다. 18세기 초에 건립된 건물이지만 역사적 의미뿐 만아니라 예술적 가치도 뛰어다는 평가다.

여객선 터미널 주변은 남해의 온갖 수산물이 다 모인 풍물시장과 수십 년 한자리를 지키며, 여수의 입맛을 지켜온 식당들이 모여 있다. 중앙동 로터리 주변에는 이순신 광장이 조성돼 있다. 향일암은 돌산대교를 지난 돌산의 끝자락 마을인 임포리에 있다. 향일암은 양양 낙산사 홍련암, 남해 남산 보리암, 강화 석모도 보문사와 함께 전국 4대 관음기도처 중 한 곳이다.

신라 원효대사가 644년 창건할 당시에는 원통암으로 불렸으나, 1715년 조선 숙종 때 인묵대사가 향일암으로 개칭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충무공 이순신을 도왔던 승려군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향일암을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주차장에서 향일암 입구까지 800여m 급경사가 이어진다. 무릎이 팍팍해지면 길옆으로 돌산 갓김치를 직접 담아 파는 가게들이 이어져 나온다. 주인아주머니의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한입 얻어먹은 갓김치에 힘이 난다.

제법 숨이 가슴까지 차면 큰 바위 두 개가 이마를 마주한 입구가 나온다.

첫 번째 맞이하는 건물이 2009년 12월 화마가 삼킨 대웅전격인 원통보전이다. 지금은 가건물로 대신하고 있다. 뒤편 벽은 나무 합판으로 덧대어 있다. 주춧돌에는 여전히 시꺼먼 그을음 자국이 남아 당시의 아픔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편으로는 약수터를 지나 하(下) 관음전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험한 절벽사이를 뚫고 솟아나는 약수터에 양철받침과 수도꼭지가 달려있다. 편리해서 좋아 보이나 뭔가 많이 아쉽다. 그래도 물맛은 꿀맛이다.

원통보전 뒤로 50여m 오르면 상(上) 관음전이 나온다. 앞으로 남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난간 아래도 가로 세로 2.5m정도의 너럭바위가 보인다. 원효대사의 좌선을 했다는 자리다. 누가 봐도 범상치 않다.

옆으로 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하나의 뿌리로 붙어서 자란 ‘사랑나무’가 있다. 이곳을 찾는 부부의 연을 맺은 사람은 백년회로 하라는 부처님의 뜻일 것이다.

관음전에 서면 정면으로는 세존도가, 좌측으로는 남해 금산 보리암이 보인다. 전설에 의하면 이 세 곳이 만나는 지점에 용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향일암의 주산도 거북이를 뜻하는 금오산이다. 향일암의 거북 조각들이 원효의 불경을 등에 지고 용궁으로 실어 나른다고 한다. 믿거나말거나 한 이야기이지만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이름과 함께 스토리텔링이 그럴 듯하다.

여수는 ‘한려수도 관광 1번지’답게 다양한 맛을 자랑한다. 목포가 홍어라면 여수는 서대다. 결혼식이나 돌잔치에도 어김없이 말린 서대구이가 나올 정도다. 여수 사람들은 주로 구이나 찜으로 많이 먹지만 서대회 무침도 빼놓을 수 없다. 새콤달콤한 서대회 비빔밥도 별미다. 중앙동 여객선 터미널 주변 구백식당(061-662-0900), 삼학집(061-662-0261), 여정식당(061-664-3638) 등이 유명하다.

봉산동으로 넘어가면 밥도둑 여수 돌게장 골목이 나온다. 10여 집이 타운을 이루고 있다. 양념게장도 있지만, 주로 간장게장을 찾는다. 꽃게와는 달리 크기가 작다. 맛을 모르는 사람은 꽃게장에 비해 먹을 것이 없다고들 하지만, 돌게 특유의 입에 감기는 알찬 맛에 빠지면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 이곳사람들도 2대째 이어오는 맛을 자랑하는 여수돌게식당(061-644-0818)을 먼저 알아준다.

여름이 갯장어(하모)로 유명하다면 겨울에는 굴이 제철이다. 돌산의 금천마을은 전라도 굴 생산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벌써 비릿한 굴 냄새와 무더기로 쌓여있는 굴 껍질이 눈에 들어온다.

굴 구이 한판이 2만5000원이다. 어른 4인이 즐기기에도 넉넉하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굴죽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마을 앞에서 보이는 백야도와 백야대교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도 장관이다. 주말에는 사진작자들이 많이 찾는다.

이밖에도 ‘샛서방고기’로 불리는 금풍쉥이(군평선이)구이가 오르면 이곳에서는 최고의 밥상으로 대우받는다.

겨울철에는 여수 인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삼치회도 인기다. 삼치는 성질이 급해 배에 올리는 순간 죽어버린다. 그래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맛보기가 힘들다. 살짝 얼린 삼치를 고추, 마늘, 양파 등 갖은 양념을 더한 간장 소스에 찍어 먹는다. 마른 김에다가 김치를 얻어 먹기도 한다. 오히려 참치보다 고소하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다.

다음 주에는 여수의 숨겨진 비경 금오도의 ‘비렁길’ 트레킹을 소개한다. 
전남 여수시는 2012년 세계박람회를 준비에 한창이다. 사진은 박람회장의 공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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