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세계경제 마찰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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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1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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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경제는 가까스로 선방(善防)했지만 내년에도 순항할 수 있을까.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 세계 경제에 마찰이 예상된다고 최신호에서 전망했다.
2010년 세계 경제는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넘어 5% 가까운 성장을 이루어냈다. 금융시장의 숱한 위험요인들은 다행히 대부분 현실화하지 않았으며, 중국 경제는 경착륙을 모면했다. 미국의 중반기 경기침체는 더블딥(이중침체)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유로존 일부 국가들의 경제가 위기에 빠지기는 했으나 유로존 전체로는 그런대로 괜찮은 성장을 이뤄냈다.
문제는 내년에도 세계 경제가 같은 패턴을 보일 것인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 세계 경제의 향방은 3대 경제권, 즉 신흥시장권, 유로존, 미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달렸다고 보았다. 이 잡지가 판단하기에 이들 3대 경제권은 각기 매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내년에 상호간 마찰이 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시장권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에 기여한 몫이 가장 크다. 외국 자본이 이 지역에 집중적으로 몰렸고, 자산거품이 우려되었으나 경기과열 정도에서 그쳤다. 2010년 신흥시장권에는 한마디로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려는 각국의 노력에 힘입어 돈이 넘쳐났다. 인플레 억제를 위해 이 지역 국가들은 내년 긴축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긴축의 정도에 관계없이 이 지역에서 거시경제 차원의 충격이 발생할 확률은 높다.
유로존의 경우 각국 정부가 지출을 삭감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 성장은 분명 둔화될 것이다.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처럼 곤경에 빠진 국가들은 선택의 여지도 적을 뿐더러 미래가 어둡기 그지없다. 단일통화로 묶인 유로존의 경우 단순히 임금과 물가를 낮춘다고 해서 단기간에 경쟁력을 올릴 수 없다는 사실이 이미 실증되었다. 유로존 각국 정부는 빚을 너무 많이 진데다, 국가간 완전한 통합을 전제로 하는 유럽 금융 시스템에도 보완할 부분이 많다. 이런 어려움들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정치지도자들은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매우 서툴기 때문에 유로존은 2011년 한층 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미국 경제는 유럽과 판이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유럽과 달리 미국의 거시경제 정책 조합(組合)은 긴축과는 아예 거리가 멀다. 15일 미국 상원을 통과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감세 연장안은 당초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마련한 것보다 감세폭이 되레 더 크다. 이 감세조처에 연방은행의 지속적인 미국 채권 매입, 즉 양적 완화가 가세할 때 미국은 또 다른 근육 강화제를 자국 경제에 주사하고 있는 셈이 된다. 이렇게 해서 미국은 내년 4% 경제성장을 이루고 실업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에서는 쌓여만 가는 재정 적자를 줄일 방안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 오바마 감세안에 대해 미 국채 보유자들이 국채의 대량 매도로 반응하는 것을 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국채 매도 추세는 가속화할 수 있으며, 상황 전개 양상에 따라 2011년 미국에 채권시장 불황이 찾아들 수 있다.
미국의 느슨한 통화정책과 유로존의 국가부도 위험성으로 인해 자본은 신흥시장으로 찾아들 것이며, 이 때문에 신흥시장 국가들은 금리인상과 인플레 억제를 망설이게 될 것이다. 향후 5년간 신흥시장권은 세계 경제성장의 50%를 감당하면서도 전 세계 공적부채 증가분의 13%만을 책임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 세계는 빚쟁이 서양과 구두쇠 동양으로 더욱 극명히 구분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각각 정반대 전략에 매달리고, 거대 신흥시장 국가들이 통화절상에 계속 반대하는 가운데 2011년 세계 경제에는 마찰로 인한 손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경고했다.
(아주경제 송철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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