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서병수 최고위원, 김정훈 부산시당위원장, 허원제 의원은 이날 낮 범어사를 방문,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주지 정여 스님을 만나 복원 대책을 논의했다.
김 원내대표는 "불이 크게 번지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워낙 중요한 일이라 도와줄 일이 있는지 보려고 바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템플스테이 예산과 관련한 불교계의 반발을 감안한 듯 범어사 대웅전을 찾아 삼배를 올리고 주지와 식사를 함께 하며 불교계의 이해를 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총무원장께서 화난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우리가 잘못한 일이니 용서해 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지에게 "(예산을)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할지 다 확보돼 있으니 잘못한 거 야단치시고 빨리 용서해 달라고 원장께 잘 이야기 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김 시당위원장과 허 의원도 "예산통과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문제가 빨리 안정돼야 국민이 편안하다. 범어사는 부산시민의 정신적인 안식처이기 때문에 앞으로 관련 예산을 잘 챙기겠다"며 불심 달래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도 이날 오전 범어사에 전화를 걸어 "화재 초기 대응을 잘해 고맙다. 관계 부처와 협의해 빨리 복원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고 정여 스님이 전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이날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예산안 날치기 처리 규탄대회'를 마치고 차영 대변인과 함께 범어사를 찾았다.
손 대표는 주지 스님 등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어떤 이유로 방화가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정치권이 사회 통합을 못 해 생긴 일 같아 저희가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불교문화재 방재예산이 전액삭감됐다"는 한 스님의 말에 "예산이 강행 처리되다 보니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김 원내대표와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김포공항에서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내려왔다.
그러나 예산 파동으로 인한 냉랭한 여야 관계를 반영하듯 두 사람은 1시간 동안 같은 비행기에 있었으나 떨어져 있는 자신의 좌석을 지키며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다만 김 원내대표 일행 중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만 비행기에서 내린 뒤 손 대표를 찾아와 인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연합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