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졌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하락했으며, 약세로 돌아선 채권·주식 시장도 낙폭을 상당량 제한했다.
북한이 미국 측과 유엔 핵 사찰단의 조기 복귀를 허용하기로 약속하면서, 앞으로 대북 문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들 전망이다.
◆ 심리적 안정 회복…금융시장 순항
연평도 사격 훈련에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채권·주식 거래가 활발하기 이뤄지는 등 금융시장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전거래일인 지난 17일 종가보다 2.70원 내린 1150.2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환율은 연평도 사격 훈련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와 유럽 재정위기 우려에서 비롯된 달러화 강세로 장중 1172.3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하지만 북한이 유엔 핵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군이 오후 2시30분께 실제 사격훈련을 실시했지만 북한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장 막판 달러 손절매도(롱스탑) 물량이 쏟아졌다.
코스피도 장중 2000선이 붕괴되긴 했지만 낙폭을 대부분 반납하며, 전날보다 6.02포인트 하락한 2020.28에 거래를 끝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690억원, 1082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였고, 개인은 2914억원 순매도했다.
채권시장은 3년물 국채선물이 전날보다 3틱 오른 112.30에 출발하는 등 이날 장 내내 안정세를 보였다. 장중 한때 채권거래가 거의 중단되긴 했지만 차환발행(롤오버)은 무난했으며, 선물 계약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날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는 3.35%, 4.13%로 전일대비 각각 0.01%포인트 하락(채권가격 상승)했다. 회사채(3년물, AA-)금리 역시 전일대비 0.01% 떨어지며 3.26%를 기록했다.
임병효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주임은 “연평도 포격 사태 때는 예측하지 못한 변수에 시장이 출렁거렸지만, 이날 사격훈련은 사전에 예고가 됐던만큼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했다”며 “실제 사격훈련에도 환율급등이나 주가하락 등의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대북 리스크 잠잠할듯”
이날 북한이 유엔 핵 사찰 복귀를 허용하면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에서 비롯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잦아들 전망이다.
시장은 핵 사찰 복귀 허용을 연평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특이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국내 금융시장은 중장기적인 안정세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북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이 기계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사격훈련에 대한 북한의 별다른 대응이 없었고, 핵사찰을 허용하는 등 극한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하며, 현재 주가도 상승 피로도가 쌓여있어 단기적으로는 이번 사격훈련을 빌미로 약세에 머물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 미국·유럽 변수 주의해야
시장에서는 이번 북한 리스크를 단기적 이슈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슈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그에 따른 학습효과와 심리적 불안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격훈련까지 이어진 이번 연평도 포격사태가 조만간 일단락 될 것이며, 다시 정치적 이슈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는 미국의 국고채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와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 등의 이슈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시각은 이날 시장에서 보듯 영향이 크지 않다”며 “앞으로 시장은 미국·유럽 등지의 변수에 포인트를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성준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차장도 “현재 시장의 관건은 북한 문제보다는 미국 등 선진국의 장기채금리가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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