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의 중국 이야기6-3> 감춘다고 뭐가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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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0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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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장. 21세기 중국 성(性)에 관한 보고서 3

어린 학생들까지도 사랑에 대한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 중국인 친구의 중학교 1학년생 딸은 어느날 같은 반 한국 남학생에게 교제를 하자는 내용의 편지를 건넸다. 편지에서 이 학생은 내 마음이 너에게 푹 빠져 있다며 대담하게 프로포즈를 했다.

후미진 곳이든 대로변이든 중국 청춘 남녀들의 애정표현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젊은 연인들은 심지어 아파트단지 안에서도 주변사람들 을 개의치 않고 대담한 애정행각을 벌인다. 더러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도 있지만 어쩌면 음습한 곳에서 섣불리 어른흉내를 내기보다 이런 쪽이 훨씬 건강한 것인지도 모른다.

성인용품 판매점은 PC방과 함께 요즘 중국에 가장 흔한 상점 중 하나다. 심지어 초중등 학교 주변과 아파트 단지에서도 버젖히 영업을 한다. 자녀들과 함께 어쩌다 그런 곳을 지나치다 보면 아주 민망스럽기 짝이 없다. 분명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을 텐데도 영업에 별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개방 이전에는 퇴폐 용품으로 간주돼 이런 장사가 쉽지 않았어요. 지금은 모든게 자유로워졌지요. 성에 관한한 본능을 감추는 것이 오히려 촌스러운 세상이예요.” 에어로빅 강사로 일하는 40대 초반의 여성은 성은 감출게 아니라 자유로워야하는 것이라며 충고하듯 말했다.

중국에서는 '섹스’를 주제로한 성(性) 축제가 자주 열린다. 지난 2009년 광동성 광저우(廣州)에서 개최된 성(性) 문화제엔 개막하자마자 5만여명의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축제엔 중국 고대의 성 문화와 관련한 각종 진기한 상품들이 소개됐고 1000여개의 성 관련 용품 기업이 참가해 뜨거운 판촉전을 벌였다.

광둥성 샤오관(韶關)시에서는 ‘자연속의 성’, ‘남근 숭배와 성’, ‘한자 속에 내포된 성의 의미’등을 주제로 한 성(性)문화 박물관이 개장됐다. 경제성장과 함께 사람들의 사고가 서구화하면서 억눌렸던 성 의식이 깨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런 사회개방의 물결속에서 신세대들간에는 하룻밤 사랑과 불륜, 동거 등을 개의치 않는 성 가치관이 형성되고 있다.

즐거운 얼나이(첩)’, ‘샤오싼(小三ㆍ불륜녀)의 행복’. 신세대들은 블로그 카페에 기혼남성과의 불륜을 과감히 공개한다. 인터넷에 샤오싼 포럼’, ‘얼나이왕(網)’, ‘바오양왕(包養網)’등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질 정도다. “나는 젊고 예뻐요. 그이(남자애인)는 저에 대한 사랑이 깊어서 집과 BMW도 사주지요. 사랑이 아주 각별하답니다. 아내보다는 저랑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질투 나죠?” 한 여성은 카페에 자신의 불륜생활을 이렇게 적고있다. 이 여성들은 스스로를 ‘싼얼(三爾ㆍ제3자 애인)’이라고 부르며 우리도 오붓한 가정을 만들 권리가 있다고 강변한다.

놀랍게도 첸쫑수(錢鐘書)라는 중국 작가는 60여년전 ‘웨이청(圍城)’이라는 소설에서 젊은이들의 이런 세태를 마치 현상을 보면서 구술하듯 정확히 예언했다. 지난 1947년에 발표된 이 책은 당시 지식인 청춘 남녀들의 애정 갈등과 도피적 경향, 자유분방한 성 사조를 묘사하면서 ‘성안의 사람(기혼)은 성밖(미혼)으로 나가고 싶어하고, 성밖의 사람은 성안으로 들어가고 싶어한다(城外的人想沖進來, 城里的人想進出來)’ 는 화두를 던진 바 있다.

인터넷 공간에는 불법 성매매 알선 사업자가 활개를 치고 있다. ‘낮선 이와 하룻밤(一夜情)’. 인터넷 매파들은 속박과 고독감에서 해방되고 싶은 직장들에게 하룻밤 애인을 소개시켜준다고 유혹하고 있다. 남녀 고객들은 인터넷 광고를 보고 낮선 애인과의 하룻밤을 예약 등록한다.

성격은 다르지만 집에 배달되는 신문에도 아주 민망스러운 내용의 광고가 올라온다.“당신은 밤새 파트너의 시끄러운 신음소리를 듣게될... 하루밤에 서너번씩 까무러칠듯한 쾌락으로 인도... 경험해보지 못한 황홀경에 빠질 것... 밤의 제왕...” 광고 문구는 바이아그라의 효능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자가용으로 택시 운전업을 하는 친구는 어느날 능글맞게 웃으며 종이에 싼 작은 물건 하나를 내밀었다. 비아그라였다. 그는 짝퉁 비아그라라며 친구가 이 약을 한알에 50위안에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근교 낡은 농가에서 만들어요. 비밀인데 이 알약의 주재료는 밀가루입니다. 재미있지요? 속지마세요” 어처구니 없는 얘기였으나 워낙 짝퉁이 판치는 세상에 익숙해진 때문일까 새삼스레 놀라울 것도 없었다.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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