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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의 생트집>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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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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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의 생트집>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괜한 시비가 아니다. 아니 괜한 시비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계 종사자로서, 또 신생매체의 영화 담당기자로서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올릴 공간과 자격 정도는 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김재범의 ‘생트집’. 까닭이 있든 없든 기자의 생트집은 전적으로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한때 ‘판’이란 호칭으로 불린 적이 있다. ‘일이 벌어지는 자리’ 또는 그 장면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듣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하의 성격이 다분하다. 때문에 일부 관계자들은 ‘판’ 대신 ‘계’라는 말을 쓰길 요구하거나 원한다. 또는 스스로 이를 고치고 있다. ‘영화판’ 또는 ‘영화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가 판으로 불리던 시절은 소위 ‘딴따라’가 통용되던 시기였다. 이 시절은 이른바 주먹이 영화 제작 현장을 주름잡았고, ‘몰아찍기’나 ‘겹치기 출연’ 등이 비일비재했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판’이 ‘계’로 변하면서 이 현장도 점차 모양새를 갖추게 됐고, 산업화로서의 틀도 자리를 잡아 갔다. 역할도 세분화 됐다. 투자, 배급, 제작, 홍보, 마케팅 등 각 분야의 장인들이 모여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한 편의 콘텐츠 상품 제작을 위해 고분 분투한다.

영화 취재 현장도 시대에 따라 변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홍보의 주는 역시 언론이었다. 좋은 뜻으로 해석을 하면 정보를 쥔 언론사가 ‘상품성’ 있는 영화 홍보에 힘을 실어줬고, 한 상품에 여러 해석을 달며 관객들의 취사선택을 도왔다. 반면 나쁘게 해석하자면 언론의 횡포도 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구조는 역전됐다. 거대 산업의 한축으로 변한 영화가 관객과의 사전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것은 여전히 언론이다. 문제는 정보를 쥔 주도권이 언론에서 영화 쪽으로 넘어간 것이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언론을 통해서만 홍보의 창구를 트겠다는 일부의 태도가 관객들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방해할 수도 있게 됐다.

물론 무분별한 언론의 난립과 기사들이 콘텐츠 상품으로 전락한 현 시점에서 보면 당연한 문제일 것이다. 일부 군소 언론사의 경우 홍보사의 자료에 의존한 기사만 생산한다. 언론의 난립으로 홍보사의 애로사항도 적지 않단다.

적게는 10여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 매체의 언론 응대와 인터뷰 요청을 조율하기엔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한 홍보사 직원은 “위(제작사)에서 치이고, 아래(언론사)서 차이고 죽을 맛이다”며 항변 아닌 항변을 쏟아냈다.

독자의 콘텐츠 취사선택 권리와 영화계의 언론 홍보 취사선택 권리.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가 생각난다. 솔로몬의 지혜. 기자로서 절실함을 느낀 문제이자 고민이다. 이 고민, 아마도 꽤 오래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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