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은행권 오토론, 실적 부진 이유가 뭐야?

(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은행권이 오토론(자동차구매자금대출)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동안 강점으로 내세운 금리 경쟁력이 기존 캐피탈사보다 좋지 않고, 영업력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3곳에서 12월 현재 오토론 실적은 총 2500억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이는 오토론의 시장 규모가 연간 10조원임을 고려해 볼 때 전체에서 2%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 2월부터 의욕적으로 오토론 시장에 뛰어든 것과 달리 성적표는 초라한 것. 지난 8월과 10월 각각 대구은행과 농협에서도 오토론을 출시했지만 실적이 미비해 밝히기조차 어렵다고 전한다.

은행권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로는 우선 지지부진한 마케팅 활동을 꼽을 수 있다.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해선 적극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쳐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는 은행권의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민영화 작업 중 각종 판관비 제약으로 인해 오토론 뿐 아니라 다른 상품의 마케팅 활동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상태다. 하나은행도 오토론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대출 상품의 한 자금용도로 준용하고 있어 적극적인 홍보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나마 신한은행이 톱 스타를 기용해 TV광고를 한 결과 오토론 대출실적이 2000억원을 돌파하며 은행권 체면을 살려주고 있다.

대출 금리의 경쟁력에서 캐피탈사와 큰 차이가 없는 것도 실적부진을 야기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은행권이 오토론 시장에 진출할 당시 내세운 강점은 캐피탈사보다 낮은 금리 수준이었다. 현재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연 4~7%대 수준으로 취급수수료도 없앤 결과 캐피탈사의 기준금리와 비교해 2~3% 가량 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캐피탈 등 캐피탈 업계에서 일부 신차의 경우 제조사와 비용분담을 통해 연 1%대의 초저금리 상품을 내놓으며 은행권의 입장을 무색케 하고 있다.
 
기존 캐피탈사가 가지고 있는 영업방식도 은행권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대출 고객이 직접 은행을 방문해야하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캐피탈사는 자동차판매점에서 대출 계약이 바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재 캐피탈사들은 자동차 판매점의 영업사원들에 의해 차량 구입과 동시에 할부제휴점 등을 소개해주는 방식으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들 사이 은행을 직접 찾아와야해 번거롭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금리이외에 고객의 편의성을 도모하는 일이 오토론 시장에서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오토론의 모집인을 따로 둘 수도 없어 태생적으로 영업력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오토론 시장 진입에 초반 긴장했던 캐피탈 업계는 한층 여유롭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캐피탈 업계 한 관계자는 “생계유지를 위해 차량을 구입해야하는 고객들의 경우 대부분 신용등급 9~10등급의 저신용자들이지만 은행권에서는 5등급 이상으로 제한을 둬 이미 시장의 파이를 반 접고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라며 “그렇지만 금리나 서비스 측면에서 경쟁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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