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속타는 채권단...현대그룹 경영권 중재 ‘바빠졌다’

(아주경제 김지성·김형욱·이정화 기자)“양해각서의 해지 근거를 명확하게 설명하라”.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현대그룹 MOU 해지금지 가처분 신청(이하 MOU해지금지가처분신청)’ 심리에서 담당판사가 피신청인(채권단)에게 요구한 말이다.

이날이 첫 심리인 만큼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법원의 이 같은 질의는 MOU해지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실제로 법원은 피선청인에게 “(현대그룹이) 성실히 응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본, 채권단의 판단 근거를 대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채권단이) MOU체결할 때도 그에 대해 별로 문제 삼지 않았지 않냐”고 덧붙여 입장을 충분히 드러냈다.

법원의 태도에 신청인(현대그룹)은 한 걸음 더 나갔다. 신청인측은 나티시스 자금과 관련, “신청인은 5영업일 이내 예금잔고증명‘에 맞춰서 제출하는 등 입찰안내서 규정에 한 치의 어긋남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현대그룹에 MOU해지를 통보하면서 앞세웠던 ‘경영권 보장 중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MOU해지금지가처분신청이 현대그룹의 승리로 끝날 전망이고 보면, 채권단은 줄 소송을 앞두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이날 심리 분위기 파악 후 채권단에 업무상 배임, 직무유기, 손해배상 소송 등을 진행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을 상대로도 입찰 방해 등을 이유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이미 MOU해지금지가처분신청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그룹이 당장에라도 △양해각서 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본안 소송 등을 꺼내 들 수 있다.

4100억원 적은 입찰금액을 써 낸 현대차에게 현대건설 인수자격을 넘기는 것은 업무상 배임 및 직무유기라는 주장이어서, 이후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열려있다.

속이 타는 것은 채권단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조만간 ‘현대그룹 경영권 보장 중재안’에 더해 현대그룹 재무구조개선약정 MOU 체결 철회 방안이라는 카드로 꺼내 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MOU해지금지가처분신청 2차 심리는 오는 24일 속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