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도로사업 부진, 건설.금융사 경영압박 '부채질'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12-22 18:2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정부와 민간이 함께 추진하던 10여개 민자고속도로 중 최소한 7개가 좌초 위기에 놓인 것은 사업 시행자인 건설사들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민자고속도로의 사업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주던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 : Minimum Revenue Guarantee)가 폐지되면서 각 도로마다 사업성을 장담할 수 없는 것도 사업 추진이 더딘 이유다.

MRG 제도란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의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민간투자사업의 예측수입을 80~90%까지 보전해 주는 제도로, 지난 1998년 도입됐다. 정부가 1994년 도로, 항만 등 부족한 SOC 시설 조기 확충을 위해 민간투자제도를 도입했지만 제도 도입후 5년간 불과 5건의 사업만 착공되는 등 민간 참여가 극히 부진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간투자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MRG를 전격 도입했다.

하지만 부실한 수요예측으로 민간투자사업의 손실이 커지면서 정부 부담이 과중되자 지난 2006년 민간제안 민자사업의 손실보전을 폐지한데 이어 지난해 정부고시 민자사업마저 이를 폐지했다.

◆ 악화된 수익성...민자사업 기피

지난해 MRG가 전면 폐지되면서 민자사업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MRG 폐지·정부보조금 축소·수익률하락 등으로 민간투자사업이 ‘고위험-저수익’ 구조로 사실상 사업성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이 투자금에 대한 회수가 불확실해지자 민자고속도로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건설사들이 정부가 요구하는 금융약정을 맺지 못하고 있다.

민자고속도로에 대한 사업지연 사태가 지속되면서 사업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그동안 사업을 추진하던 건설사, 금융사, 사업시행 특수목적법인(SPC)들이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전국에서 추진중인 민자고속도로 사업 가운데 안양~성남, 제2영동(광주~원주) 고속도로 등은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이달말까지 금융약정 맺지 못할 경우 사업을 취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업이 취소되면 우선 금융기관의 타격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분기부터 시작된 부실 PF대란이 재현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사업 투자금액의 90% 이상을 맡고 있는 이들이 볼 피해는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사업취소 우려가 제기되는 안양~성남 고속도로나 제2영동고속도로 등은 사업비가 1조원에 육박해 이 중 90% 이상을 부담한 건설사들에게 사업 취소는 엄청난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모기업에서 사업시행 특수목적법인회사로 파견된 직원들의 실직도 문제다. 이들은 사업취소시 일자리를 잃게될 공산이 크다. 사업 추진 난항을 겪고있는 7곳 사업 모두 각각 10여개의 회사가 모여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진행해 왔다. 사업 취소 시 특수목적회사는 바로 해체되며 이어 대규모 해직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 대규모 사업 취소…정부 대책 있나

이같은 우려에 대해 건설업계는 MRG 폐지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민자사업을 활성화시킬 보완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MRG가 폐지되면서 많은 민자사업이 표류하거나 계약해지 상황에 몰리고 있다”며 “국가 SOC사업에 투자한 건설사들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해지시 지급금 영구화 및 산정범위에 후순위채 포함 △MRG 없는 사업에 대한 자금재조달 이익공유 배제 △자기자본비율 축소(BTO의 경우 20%→10%, BTL의 경우 5%→3%) △투자위험 분담금 범위 및 적용대상 확대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사업계획예정지 주변에 거주하는 인근 주민들의 불만도 날로 커지고 있다. 제2경인고속도로 연장선(안양~성남)의 경우 안양시 관양택지지구 입주예정자들이 ‘주거환경훼손’을 이유로 각계에 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청원서를 보내는 등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수원에 거주하는 강모(47)씨는 “민간이 추진하는 고속도로의 착공시기가 기약없어 지연되면서 해당 사업과 연계된 지역발전 사업도 덩달아 지연되고 있다”면서 "폐쇄적인 노선계획도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 광역도시도로과 한 관계자는 “이미 8월부터 기획재정부와 TF팀을 구성해 부진한 민자고속도로 사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방안 등은 현재 진행되는 민자도로사업의 추이를 지켜본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