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만한 책> 사랑도 인생도 ‘비즈니스’인 시대, 비즈니스가 돼 버린 현실을 비판한다

  • 박범신 새 장편소설 ‘비즈니스’


(아주경제 오민나 기자) 70대 노인의 10대 소녀를 향한 사랑을 그린 작품 ‘은교’로 파격을 시도했던 박범신이 8개월 만에 새로운 작품으로 독자를 찾아왔다.‘비즈니스’는 작가가 스스로 ‘갈망의 3부작’이라 부르는 ‘촐라체’‘고산자’‘은교’ 발표 후 작가의 방황과 갈증을 해소하고 완성한 작품이다.

소설 비즈니스는 바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작가가 이전 작품에서 자신을 ‘내면화’하는 데 쏟아 부었다면, 이번에는 그 힘을 외부 세계로 돌렸다.

소설은 서해안 ‘ㅁ시’를 배경으로 천민자본주의에 물들어 일상과 내면이 파괴돼가는 사람의 모습을 아프게 그려냈다. 소설에는 자본이라는 사회적 폭력 앞에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모습과 한 줄기 희망을 찾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 속에서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모순과 반인간성은 가감없이 표출된다. 작가는 오로지 돈이 목적이기에 다른 사람의 슬픔을 이해할 수 없고, 남을 사랑하는 방법을 잃어 버린 사람을 소설 속에 내세워 이들의 종착지를 독자에게 묻는다.

이 소설에는 대중국 교역의 전진기지라는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사람들의 환상을 심는 신시가지와 신시가지 개발로 점점 쇄락하는 구시가지의 모습이 뚜렷하게 대비된다.

한 도시에 속해 있지만 너무나 다른 이 모습은 곧 우리 사회 , 나아가 세계 어느 곳에나 볼 수 있는 현실이다. 구시가지 사람들은 신시가지 사람의 대리운전사, 일용직 노동자, 아파트 경비원 등의 일을 위해 매일 아침 신시가지로 출근한다. 구시가지가 오로지 신시가지 사람들의 쾌적한 문화생활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은, 자본이라는 거대 권력이 가져온 이 시대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비즈니스는 결국 물질적 풍요를 얻었음에도 우리가 왜 계속 슬프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비즈니스는 한국 문예지 ‘자음과 모음’, 중국의 문예지 ‘소설계’에 최초로 동시 연재돼 중국 독자에게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에 혈안이 돼 있는 중국에서 이 소설은 한류 문학 붐의 텃밭을 일구고 있는 것이다.

웨이신홍 소설계 편집장은 “소설 비즈니스는 이야기와 주제가 중국의 현 실태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대중의 정서에 부합해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성취한 소설이라고 극찬했다. 

중국작가 장윈도 “도시의 가장 밑바닥에 사는 하층민들의 장렬하고 비장한 ‘오디세이아’를 그린 작가의 진실함과 용기, 예리함과 강인함, 책임감과 번민, 온유함과 양심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장윈은 아시아 문학 교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의‘자음과 모음’에 ‘길 위의 시대’를 연재한 작가다.

모든 것이 ‘비즈니스’로 치환되는 시대, 자본주의 숭배하는 사회 속에서 오히려 더 깊숙이 다가오는 자본주의의 비애를 소설 비즈니스에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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