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의 중국 이야기 6-4> 시경(詩經)의 성에서 인터넷의 성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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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0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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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장 21세기 중국 성(性)에 관한 보고서. 4

'황색'의 바다에서 본능을 쫓는 공자의 후손들

성(性)에 관한한 중국인들은 공자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인도나 다른 많은 나라 사람들처럼 옛 중국인들도 방중술을 비롯해 성도락과 숱한 성 기교를 연구 개발해 왔다. 중국인들은 또 금병매라는 희대의 성애소설도 창작해냈다. 현대 중국인들의 성은 마오쩌둥의 신중국 30년동안 겉으로 잠시 억압되는 듯 했다. 하지만 개방 이후 성애에 대한 갈구는 팽팽하게 감은 태엽이 풀어지듯 용광로 처럼 뜨겁게 분출했다.

지난 2007년 여름 ‘써지에(色 戒)’라는 영화 한편이 중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대만출신 리안(李安) 감독의 신작 영화 ‘써지에(色 戒)’에 대해 중국 영화계는 중화권 영화 예술에 신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슈의 중심에는 리안 감독의 영화 예술에 대한 재조명과 혜성처럼 등장한 써지에의 예쁜 여주인공 탕웨이(湯唯)에 대한 선망이 자리하고 있다. ‘사랑과 금기’ ‘금지된 사랑’이란 뜻을 담은 영화 ‘써지에’는 1940년대 상하이를 무대로 전쟁의 광기속에서 피어나는 위험한 사랑, 미모의 여성 스파이가 겪는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를 다룬 영화다.

시나리오는 40년대 활동한 중국 개화기 여성 작가 장아링(張愛玲)의 단편 ‘써지에(色 戒)’를 원작으로 삼았다. 리안 감독은 2005년 작품 ‘뚜안베이산(斷背山•블록 백 마운틴)’이 천당의 실종을 그린 것이라면 써지에는 끝없는 심연으로 빨려들어가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영화 써지에는 독특한 소재와 줄거리, 극 전개 방식외에도 각각 남녀 주인공으로 분장한 양차오웨이(梁朝伟)와 신인 탕웨이의 길고도 격렬한 섹스신 때문에 오랫동안 장안의 화제가 됐다.

영화속에서 양과 탕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무려 10분 가까이 격렬하고 숨막힐 듯한 사랑의 교감을 펼쳐 보인다. 중국 당국은 이 장면을 대부분 가위질 한 채 본토 상영을 허용했지만 영화에 관심있는 중국팬들이 해적판 DVD로 원본 써지에를 감상하는데는 아무 어려움도 없었다.

영화속 섹스 신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량차오웨이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인 홍콩 여배우 류자링(劉嘉玲)의 부부 사이가 2010년 중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때마침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는 량차오웨이의 아내 류자링이 돈 많은 재벌과 너무나 다정하고 뜨거운 분위기로 찍은 사진이 나돌았다. 홍콩과 중국 연예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류자링이 영화 써지에의 러브신을 보고 충격 받아 맞바람을 피기 시작했으며 이 때문에 양과 류 부부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퍼졌다.

섹스라는 인간의 욕망은 동서고금에 걸쳐 늘 문학과 예술의 단골 주제가 돼 왔다. 중국의 춘추시대까지의 시가를 모아놓은 시경(詩經)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시경은 포르노 서적이 아니다. 오히려 엄숙한 분위기의 경전에 가까운 책이다. 하지만 시경의 한 단락에는 여인이 노골적으로 섹스에 대한 욕망을 희구하는 대목이 나온다. “언제 님을 만날까. 수심에 밤을 하얗게 지새네. 그리던 님과 운우지정을 나눴네. 정신이 혼몽하고 마음이 평화롭네.”

시경의 또 다른 단락에서 한 사내는 낮선 여인과 만나 관계를 맺고 난 느낌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온화하고 용모가 빼어난 여인과의 우연한 조우. 한바탕 환락의 밤을 보내고 나니 이보다 더한 쾌락이 세상에 어디있을까. 온몸을 쉬감아도는 쾌감.”

우연히 아리따운 여인과 만나 진한 사랑을 나눈 이 남자의 애기는 다음과 같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비로소 인생의 행복이 뭔지를 알 것 같아. 더불어 평생 함께라면 좋겠네.” 시경은 특출나게 빼어난 언어문자의 모호성과 다양성을 이용해 섹스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그로부터 1000년이 훨씬 지난 요즘엔 인터넷과 모바일 폰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인간의 성적 욕망을 발산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첨단 모바일 인터넷 환경은 성적 커뮤니케이션을 충족시켜주고 성적 갈망을 해소하는 도구로 백분 활용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은 아주 은밀한 방법으로 온갖 퇴폐적인 성적 유희를 생신해 내고 있다. 옛날 황제의 색깔 '황서(黃色)’는 지금 외설,‘포르노’를 뜻하는 은유어가 됐다. 황서피앤(片)은 포르노 영화라는 말이다. 공자와 '시경'의 후대인 중국인들은 지금 포르노와 음란물로 꽉 찬 '황색의' 인터넷 바다에 푹 빠져있다.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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