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읽는 중국경제>영화의 생사여탈권 쥔 중국 극장체인 – 원선(院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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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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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12월 초 중국 극장가는 영화 <대소강호(大笑江湖)>와 <조씨고아(趙氏孤兒)>가 박스오피스 흥행을 둘러싸고 한 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중국 주요 원선(院線) 계열 영화관에서 한 관객이 <대소강호> 영화표를 주문했는데 영화관 판매원으로부터 받은 표는 <조씨고아> 였다는 이유때문이죠.

이로 인해 관객은 <대소강호> 영화를 봤지만 박스오피스에는 <조씨고아>를 본 것으로 기록되는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주요 원선들의 ‘보이지 않는 조작’에 의해 이러한 토우퍄오팡(偷票房·박스오피스 기록 훔치기) 문제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중국 영화산업의 르네상스를 가져다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무소불위의 막강 파워를 행사하는 중국의 원선(院線)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원선은 한 마디로 극장체인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중국 각지의 영화관은 원선을 선택해 보통 3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원선은 각 영화관이 상영할 영화를 결정하는 것이지요. 계약 기간이 끝나면 영화관은 다른 원선과 계약을 맺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제작사나 배급사는 중국 전역에 분포한 영화관을 개별적으로 만나지 않고도 전국 극장체인망을 가진 원선을 통해 영화를 배급, 효율적으로 영화를 스크린에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 처음부터 이처럼 극장체인이 발달했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 중국에서는 제작·배급·상영이 국가의 엄격한 통제에서 이뤄졌습니다. 영화가 완성되면 유일한 영화 배급사인 중국영화그룹에서 일괄적으로 판권을 구매해 성·시 지역에 넘기면 비로소 국유 영화관에서 상영될 수 있었지요.

폐쇄적인 산업구조에 설상가상으로 TV가 보급되고 외국영화까지 침투하면서 중국 영화산업은 침체기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2002년부터 각 지역마다 원선을 설립해 하나의 통일된 시스템 속에서 영화의 배급과 상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면서 영화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덕분에 1999년 8억 위안에 그쳤던 박스오피스 수익은 지난 2009년 무려 62억위안까지 치솟았지요. 현재 중국 내 영화 스크린 수는 총 5300개, 매일 평균 1.7개의 스크린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영화 제작편수에서도 세계 3위에 랭킹됐지요.

업계 전문가들은 원선과 영화관이 상생하면서 중국 영화시장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영화관은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주요 원선에 소속돼 함께 성장하고, 원선 역시 지역 내 영향력있는 영화관을 산하에 두고 짭짤한 수익을 얻으면서 상부상조 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완다(萬達), 중잉싱메이(中影星美) 등과 같은 주요 원선은 범 지역적으로 가맹 영화관을 확대해 500개가 넘는 스크린을 보유한 초대형급 원선으로 거듭났지요. 이들이 박스오피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습니다.

물론 중국 영화시장에서 입김이 세진 원선 때문에 영화산업이 상업성에 치우쳐 독립 예술영화가 설 자리를 잃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원선의 눈 밖에 나면 제대로 상영되지 못해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합니다. 영화 <야점(夜店)>의 감독 양칭(楊慶)은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지요. 반면 중국에서 커다란 흥행 수익을 올린 <집결호>나 <시양양과 후이타이랑>과 같은 영화는 주요 원선의 대대적인 지지를 받은 결과 기대 이상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최근 들어 중국의 원선들은 단순한 영화 상영에서 영화제작·배급·상영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영화기업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호 간 영화관 쟁탈전에서 벗어나 원선을 브랜드화 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지요.

여기에 중국 정부가 외자의 영화관 사업 가능 지분을 기존의 75%에서 49%까지 낮추는 한편 자국 영화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장려하면서 이들은 정부의 보호 울타리 속에서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향후 중국에서도 미국 워너브러더스와 같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탄생할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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