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과 이상저온, 폭염, 집중호우 등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으로 한반도는 올 한해 내내 몸살을 앓았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눈 폭탄'이 쏟아진 1월을 지나 3∼4월에는 이상저온과 일조량 부족으로 `서늘한 봄'이 이어졌다.
폭염으로 더웠던 여름을 거쳐 가을로 접어들자 집중호우와 `때아닌 황사'가 기승을 부렸고, 겨울에는 30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로 `한파 성탄'을 맞았다.
전 지구적 현상인 온난화의 영향을 한반도 역시 피할 수 없었고, 특히 올해는 엘니뇨와 라니냐가 이상 기후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청과 녹색성장위원회는 이 같은 기상 이변의 기록과 원인 등을 담은 `2010 이상기후 특별보고서'를 26일 발간했다.
◇올해 이상기후 기록들 = 1월 4일 중부지방에 폭설이 쏟아지면서 서울을 비롯한 곳곳에서 강설 관련 기록이 경신됐다.
서울의 적설량은 25.4cm로 신적설(새로 내린 눈) 관측 기록을 한 1937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3월 하순부터 4월 말까지 이상 저온이 지속돼 4월의 전국 평균기온이 9.9도로 전국 평균기온 통계가 있는 1973년 이후 4월 기온으로 가장 낮았다.
봄철(3∼5월) 일조시간은 평년보다 153.6시간 적은 508.7시간으로 1973년 이래 가장 적었다.
`서늘한 봄'과는 달리 한반도는 여름 내내 불볕더위에 시달렸다.
평년보다 발달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여름철(6∼8월) 92일 가운데 81일의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고, 이상 고온 현상이 9월 중순까지 지속됐다.
열대야(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일수는 12.4일로 평년(5.4일)의 배 가량으로 2000년 이래 가장 많았다.
8월 9일 발생한 태풍 `뎬무'를 포함해서 한 달 동안 3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는 이례적인 현상도 발생했다.
가을로 접어들자 집중호우와 황사가 전국 곳곳을 강타했다.
추석 연휴 첫날인 9월21일 서울에 강수량 259.5mm의 기록적인 비(역대 2위)가 내려 시내 곳곳이 물바다로 변했다.
11월부터 한 달간 4차례 황사가 국내에 영향을 줬는데, 이 중 11월 11일에는 서울의 황사 농도가 가을철 역대 최고인 시간당 1천191㎍/㎥을 기록했다.
다시 겨울이 돌아오자 한파가 몰아쳐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에는 서울의 아침 기온(영하 15.1도)이 1980년 12월29일 영하 16.2도를 기록한 이래 12월 기온으로는 3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상기후 원인은 = 이상저온과 폭염, 집중호우 등 계절별로 이상 기후를 보였지만 현상별 원인은 모두 `지구온난화'에서 그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올해 전세계 1∼10월 평균기온은 14.73도로 전 지구적 기온 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래 가장 높았다.
올해 봄 기후가 서늘했던 것은 온난화와 열대 태평양의 수온이 높은 `엘니뇨'의 영향이 5월까지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온난화와 엘니뇨로 시베리아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냉기가 한반도가 있는 위도까지 내려와 봄철 저온 현상이 지속됐다.
특히 북극 주변지역에서 장기간 지속된 이상고온 현상으로 우리나라 북쪽으로 찬 공기 벨트가 형성되면서 찬 대륙고기압이 변질하지 않은 채 세력을 봄철까지 유지해 기온을 떨어뜨렸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여름철의 폭염과 가을철 집중호우에는 동태평양 해역의 수온이 예년보다 0.5도 이상 떨어지는 현상인 `라니냐'가 한몫했다.
올해 봄까지 예년보다 높던 적도 부근 동태평양 수온이 5월부터는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예년보다 오히려 0.6도 가량 낮은 상태가 이어졌다.
라니냐의 영향으로 더운 바닷물이 서태평양으로 모여들어 서태평양 지역 해수온도가 예년보다 1~2도 가량 높은 상태를 보였고, 이 때문에 여름 날씨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오랜 시간 강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덥고 습한 기단이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강하게 영향을 끼치면서 한반도에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가 기승을 부린 것으로 분석됐다.
겨울철 한파는 북극 지방이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한랭한 공기가 남쪽으로 밀려 내려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16일 이후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북극 진동(북반구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주기적으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 약해져 북극의 더운 공기에 밀려난 한기가 북반구 중위도까지 대거 후퇴했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과 러시아, 중국 북부, 미국 등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는 남하한 북극의 한기 때문에 발생했으며, 한국도 간접적인 영향으로 강추위가 주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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