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경동시장 한약냄새 경기한파에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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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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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져 한산한 모습이다.
(아주경제 오민나 기자) 꽁꽁 언 날씨만큼이나 재래시장도 얼어붙었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엔 곳곳에 문을 닫은 상점들이 많았다. 상인들은 목도리를 휘감고 겻불에 손을 녹이기도 했지만 동장군의 매서운 기세를 꺾기엔 부족 했다. 물건을 찾는 이들도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종종걸음을 쳤다.

손님이 그나마 있는 곳은 시장 입구. 안쪽으로 갈수록 사람의 모습은 점점 찾기 힘들었다. 시장에서 10년 째 건어물을 팔고 있는 김 모(49)씨는 “이렇게 추운 날은 그냥 장사를 포기한다. 그냥 문이나 열어 두는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경기가 풀리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곳에서의 체감경기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몇몇 상인은 너무 당연한 얘기라 더 이상은 말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경동시장 청과시장에서 한진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오성근(53) 씨는 “오늘 같은 날씨에 손님이 더 없지만 날씨가 푹하더라도 성탄 특수 같은 건 떠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오 씨는 “재래시장은 설과 추석 같은 때에나 반짝 호황기일 뿐 그 외엔 단골 고객이나 들른다”고 답했다. 또 오 씨는“특히 올해의 경우 폭우 등 자연재해로 물량이 딸리는 바람에 과일값이 상승해 물건이 더 팔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근처에 들어선 대형마트는 재래시장을 더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라면이나 밀가루 등 생필품 을 파는 이 모(37)씨는 “롯데마트 개점 이후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답했다. 본래 이런 생필품은 홈플러스 동대문점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았던데다가 지난 8월 롯데마트 청량리점이 개점되면서 손님이 더 줄었다는 것. 경동시장과 홈플러스 동대문점과의 거리는 약 600m, 롯데마트 청량리점과는 약 1km 이다.

한편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재래시장을 찾아 변함없는 애정을 보인 사람도 있었다. 한길남(57)씨는 “ 경동시장이 싸기 때문에 평소에도 자주 들르는 편”이라며 “추운날씨지만 일부러 시장에 왔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함께 먹을 고구마 한 박스를 샀다는 한 씨는 대형마트가 주변에 포진해있었지만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저녁이 7시가 되자 그나마 열었던 몇몇 상점의 불이 평소보다도 더 일찍 꺼졌다. 문단속을 하던 상인 오 씨는 “성탄절이라고해서 딱히 기대를 건 것도 아니었지만, 추운 날씨까지 겹쳐 오늘 하루는 날렸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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