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져 한산한 모습이다. |
손님이 그나마 있는 곳은 시장 입구. 안쪽으로 갈수록 사람의 모습은 점점 찾기 힘들었다. 시장에서 10년 째 건어물을 팔고 있는 김 모(49)씨는 “이렇게 추운 날은 그냥 장사를 포기한다. 그냥 문이나 열어 두는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경기가 풀리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곳에서의 체감경기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몇몇 상인은 너무 당연한 얘기라 더 이상은 말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경동시장 청과시장에서 한진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오성근(53) 씨는 “오늘 같은 날씨에 손님이 더 없지만 날씨가 푹하더라도 성탄 특수 같은 건 떠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오 씨는 “재래시장은 설과 추석 같은 때에나 반짝 호황기일 뿐 그 외엔 단골 고객이나 들른다”고 답했다. 또 오 씨는“특히 올해의 경우 폭우 등 자연재해로 물량이 딸리는 바람에 과일값이 상승해 물건이 더 팔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근처에 들어선 대형마트는 재래시장을 더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라면이나 밀가루 등 생필품 을 파는 이 모(37)씨는 “롯데마트 개점 이후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답했다. 본래 이런 생필품은 홈플러스 동대문점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았던데다가 지난 8월 롯데마트 청량리점이 개점되면서 손님이 더 줄었다는 것. 경동시장과 홈플러스 동대문점과의 거리는 약 600m, 롯데마트 청량리점과는 약 1km 이다.
한편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재래시장을 찾아 변함없는 애정을 보인 사람도 있었다. 한길남(57)씨는 “ 경동시장이 싸기 때문에 평소에도 자주 들르는 편”이라며 “추운날씨지만 일부러 시장에 왔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함께 먹을 고구마 한 박스를 샀다는 한 씨는 대형마트가 주변에 포진해있었지만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저녁이 7시가 되자 그나마 열었던 몇몇 상점의 불이 평소보다도 더 일찍 꺼졌다. 문단속을 하던 상인 오 씨는 “성탄절이라고해서 딱히 기대를 건 것도 아니었지만, 추운 날씨까지 겹쳐 오늘 하루는 날렸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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