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매몰 규모만도 이미 역대 최대를 넘어선데다 발생기간도 2002년 5월에 시작됐던 구제역을 제외하면 가장 길다.
지난 2000년의 구제역은 3월24일부터 4월15일까지 22일간 경기 파주·화성·용인, 충남 홍성·보령, 충북 충주 등 3개 시·도, 6개 시·군에서 15건이 발생해 2216마리가 살처분.매몰됐다. 살처분 보상금은 71억원에 달했고 이때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접종이 실시됐다.
이어 2002년 5월2일부터 6월23일까지 52일간 지속된 구제역은 경기 안성·용인·평택, 충북 진천 등 2개 시·도, 4개 시·군에서 16건이 발생해 16만155마리(1434억원)가 매몰됐다.
올해 1월2일 시작된 구제역은 28일간 경기 포천·연천 등 2개 시·군에서 6건이 확인돼 5956마리(288억원)가 매몰됐다. 또 같은 해 4월8일 발생한 구제역은 29일간 인천 강화, 경기 김포, 충북 충주, 충남 청양 등 4개 시·도, 4개 시·군에서 11건이 확인되면서 4만9874마리(1242억원)가 매몰됐다.
반면 이번 구제역은 벌써 피해지역이 경북 안동·예천·영양·영주·영천·청송·봉화·영덕·의성, 경기 양주·연천·파주·고양·가평·포천·김포·여주·양평, 강원 평창·화천·춘천·원주·횡성·철원, 인천 강화·서구 등 4개 시·도, 26개 시·군, 60곳으로 늘었다.
살처분·매몰 규모는 2059농가의 44만3442마리에 달한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예방접종 대상도 경북 안동·예천, 경기 파주·고양·연천·여주·이천·양평 등 2개 시·도, 8개 시·군의 7087농가 17만1025마리로 늘었다.
문제는 국내 젖소의 40%가량을 사육하고 있는 경기 남부 지역에 속한 여주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항체 양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통상 구제역에 감염되면 7∼14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임상증상이 나타나며 이때부터 소.돼지의 입·발톱·유방 세포 등에서 바이러스가 자라면서 바깥으로 분비된다. 이 단계에서 구제역 검사를 하면 `항원 양성’ 반응이 나온다. 이후 7∼14일이 더 지나야 항체가 형성되며 이때부터 `항체 양성‘ 반응이 나타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경기 여주 등 남부지역에서 확인된 구제역 바이러스는 이미 최소 1∼2주간 주변으로 확산됐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이 기간 `방역공백’ 상태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사방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방역 당국이 서둘러 이들 지역에 추가로 백신접종을 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여주와 이천은 축산 밀집지역인 용인.안성과 근접해있고 교통 및 인적 교류 등을 감안할 때 추가 확산이 우려된다”면서 “이들 지역에서 충청 등 전국으로 구제역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예방접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경기 남부 지역에 대한 백신 접종의 효과, 차단방역의 성패 여하가 이번 구제역 사태가 충청과 호남 지역 등 전국으로 확산되느냐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제역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농식품부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 장소도 청와대에서 농식품부 청사로 급히 변경됐다. 그만큼 청와대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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