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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자에서 미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오바마의 일자리 창출 요청에 추가 채용 시늉만 하면서 효율지상주의에 갈수록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6일 미국 재계 지도자 20명과 만나 이들에게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따라 짐 맥너니 보잉 회장은 내년 4000~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고 화답했으나 실제 이 만한 일자리가 생겨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이미 보잉은 일자리 1만개를 경기침체 시기에 삭감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미국 기업들은 내년에도 매출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가운데 자본이나 인력 등 지출을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제조업체 3M은 내년 매출 성장률을 5.5~7.5%로 점쳤다. 미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TC)도 3~5% 매출 성장을 예상했다. 두 기업 모두 순익은 14%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FT는 이같은 매출과 순익 성장률 간 격차는 여전히 '고용'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일자리를 없애고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추구하면서 이같은 불균형이 생겨난 것이다.
루이스 세네버트 UTC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투자자들과의 회의에서 “자본과 인력 등을 줄이면서도 더 큰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가 회복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인력을 조정할 계획이지만 “많은 인력을 추가하지 않고서도 생산성을 향상시킬 기회는 얼마든지 널려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 중장비 생산업체인 나비스타인터내셔널도 내년 25% 매출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은 5%만 늘릴 예정이다.
댄 우스티안 나비스타 CEO는 경기 침체기에 “효율을 강요받았다”며 “2~3년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더라도 당시 규모만큼 채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기업들이 임금이 저렴한 해외에 공장을 짓게 되면서 미국 내 고용창출은 더욱 요원해 보인다.
미 건설장비업체 캐터필러는 중국 우장지역과 쉬저우에 굴착기 공작을, 톈진에 대형엔진 공장을 짓고 있으며 UTC도 임금이 싼 폴란드와 멕시코에 생산라인을 확충해 경비를 25~30% 줄일 예정이다.
기업들의 매출이 크게 올라도 고용은 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이제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삼성이나 현대 등 국내 대기업들도 지난 5년동안 매출은 두자릿수 이상 성장한 데 반해 고용은 조금 늘어나거나 오히려 줄었다.
기업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5년간 글로벌 매출이 138조9000억원으로 2004년에 비해 두배 늘어났으나 직원수는 37.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포스코는 5년동안 매출 증가율이 36.1%를 기록한데 비해 직원수는 3000명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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