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김영수 교수(공공정책대학원)는 28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북한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폐쇄적이던 사회가 상당히 이완되고, 정보 유통의 가속화로 주민 의식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 당국의 통제력이 굳건해 ‘밑으로부터의 변화’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북한은 김정은 후계체제의 정통성과 안정성 확보에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면서 “남한 입장에선 불의의 일격을 당했지만 안보 부문의 개선점을 찾게 됐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일깨우는 효과도 얻어 중장기적으론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벌어져도 북한으로서는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바라는 주변국들이 서둘러 상황을 안정시키려 할 경우 북한은 원하던 대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결과를 얻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북한의 잇단 도발에 ‘쌀 한톨도 주지 말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남북한 주민들이 ‘마음의 통일’을 하지 않는 한 제도적 통일도 실현할 수 없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북한은 뺑때바지(스키니진)가 유행하다보니 그에 어울리는 옷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면서 “‘평양에 왜 중국 사람이 이렇게 많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평양 주민들의 옷차림이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또 ‘뺑때바지’와 함께 북한 사회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올해의 히트상품으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얻은 송이를 꼽았다.
송이는 일본 등지로 판매되던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 품목으로 ‘노동당 39호실’에서 별도로 관리해 일반 주민들은 거의 접할 수 없었다.
북한에서는 순대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에는 군대에 돼지 등 가축을 바쳐야 했지만 북한 당국이 민심을 사려고 군량미 차출을 중단하면서 돼지고기의 공급이 늘었고 덩달아 돼지의 부속물로 만든 순대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내 업체가 만든 라면은 이제 상자 채 갖다놓고 팔 정도로 북한 시장의 대표 상품이 됐고,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를 담은 DVD, `색깔영화‘(성인영화)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폐쇄됐던 북한 사회가 조금씩 이완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아직 사회 전체의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변화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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