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천 최고위원의 발언은 지난 26일 경기도 수원역 앞에서 열린 민주당의 ‘이명박 독재심판 결의대회’에서 나왔다.
당시 천 최고위원은 최근 임명된 김상기 육군참모총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포항 동지상고 후배인 점을 들어 “끼리끼리 해쳐먹는 게 공정이냐”고 비난한 뒤, “이명박 정권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 박살내야 하지 않나. 소탕해야 하지 않나. 끌어내리자”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준에 들어가고 있다”는 이 대통령의 지난 22일 발언에 대해서도 “헛소리 개그”라고 일축하며 “국민을 실망시키는 이명박 정권을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28일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상대를 ‘죽여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과연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겠나”(김무성 원내대표), “이런 망언이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중진 의원의 수준이라니 놀라울 뿐이다”(정옥임 원내대변인)며 천 최고위원을 향한 맹공에 나섰다.
천 최고위원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청와대 내에서도 “국가원수 모독인 만큼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등의 주장에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말 같지도 않은 얘기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아래 일단 공식대응은 자제키로 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한 핵심 참모를 통해 “지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한 사람이 설마 시정잡배 같은 발언을 했겠냐고 의심했다. 만약 그런 발언을 했다면 패륜아고,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는 내부 반응이 알려지면서 여야 간 대립의 골이 다시금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천 최고위원은 “익명의 청와대 참모가 한 폭언엔 대꾸할 가치도 없지만 이명박 정권에 분노한 민심을 대변한 내 말이 들렸다니 그나마 다행이다”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대체 뭐가 문제고, 뭐가 ‘패륜’이냐”고 반문한 뒤 “천 최고위원은 적어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당당히 말했다. 청와대가 앞으로 민주당에 관해 발언하고, 비난할 거면 당당히 실명으로 발언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경색된 여야관계를 풀기 위해 조만간 야당과의 접촉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천 최고위원의 발언을 계기로 당초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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