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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로 출간된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 |
신경숙 작가의 ‘외딴 방’은 지난해 프랑스 ‘Prix de l’Inaperçu‘ 상을 수상했다. 올해 2회 째를 맞는 이 상은 프랑스 작품 1편과 외국 작품 1편을 선정한다. 우리말로 ‘주목받지 못한 작품상’정도에 해당된다. 신 작가의 수상은 '비주류’를 중시하는 프랑스 문화계에서 어느정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올 해 르몽드(Le Monde)지 7월 1일자엔 좀처럼 접하기 힘든 기사가 실렸다. 프랑스인들이 이번 바캉스 때 꼭 읽어야 할 책 20권 중 황석영의 ‘심청’이 문학작품 1위에 오른 것.
지난 1월 프랑스 쥘마(Zulma)출판사에서 출간된 심청은 이미 지난 6월 외국소설로서는 드물게 3쇄, 8000부를 돌파했다. 외국번역문학물의 경우 1000~2000부를 찍는 현지 출판 관행에 비추어 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오랫동안 프랑스에 체류했던 황 작가의 ‘오래된 정원’도 이미 지난 2006년, 르몽드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4월 ‘개밥바라기 별’이 인터넷 연재 될 때 독자 200만명이 접속한 사실을 보도한 르몽드는 황씨를 한국의 대표작가로 한 면 전체에 걸쳐 소개했다.
황 작가의 ‘한씨 연대기’ ‘삼포가는 길’ ‘심청’이 프랑스 유명출판사 쇠이유(Seuil)에서 문고판 판권 계약이 이루어진 것도 유럽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유럽출판계는 양장본 출간이후 독자의 호응 정도에 따라 다시 문고판으로 찍어낸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문학 관련 정기간행물인 ‘World Literature Today‘ 2010년 1~2월호에는 한국문학특집기사가 총 16면에 걸쳐 실리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한국문학 붐은 일고 있다. 2009년 최인훈· 손창섭· 임철우 등의 단편을 모은‘한국현대문학단편선집’(Ji-Do: Antologia de la narrative coreana contemporanea)이 산티아고 아르코(Santiago Arco Editor)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은희경의 ‘새의 선물’과 이인성의 ‘낯선 시간속으로’도 아르헨티나 독자와 만났다.
전문가들은 한국문학의 미래를 전도유망하다고 평가한다.
황종연 문학평론가는 "한국현대문학의 후기 근대적 특성이 잘 드러나는 김영하· 박민규· 김훈 등의 작품은 한국문학이 이전에 보였던 민족주의적 경향에서 탈피, 민족적 대 보편적, 사실적 대 모던적 같은 이분법적 구분을 해체하려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평한다.
하지만 한국문학의 미래가 반드시 밝다고는 볼 수 없다. 노벨문학상을 겨냥한 각국의 노력도 점점 치열하고 , 그동안 문제돼 왔던 번역 과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오히려 이렇게 상승 기류를 탈수록 보완점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윤부한 한국문학번역원 전략기획팀 팀장은 한국문학이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가장 시급한 일로 "작품 번역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우수한 번역가의 발굴과 양성"을 꼽았다. 대내적으로 번역이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로 다루어져, 결국 한국문학의 세계화가 우리문화의 새로운 토양이 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차원의 제도적 지원을 단지 예산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기본 문화정책에 반영하고 연계 분야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문화부 산하의 예술정책 및 지원기관의 해외 진출 지원 사업에서 번역과 관련된 부분이 일괄적으로 처리됐으면 하는 바람도 밝혔다.
윤 팀장은 현재 번역작업이 지나치게 영·중·일로 치우쳐져 있는 게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에 이들 언어는 우리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언어고, 2001년에 출범해 짧은 역사를 지닌 번역원이 세계 주요 언어를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문학번역원· 대산문화재단 및 기타 개별기관의 번역지원현황 통계를 보면 현재까지 외국어로 번역된 총 26개국 언어로 번역된 1814권 중 영어 495권, 중국어 228권, 일본어 352권, 베트남어 18권, 이탈리아어 28권, 터키어 7권 등이다.
다만 전략적으로 한국문학이 전세계에 소개되기 위해서는 각국의 문학과 출판 시장에 맞는 시장 접근형 번역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수언어의 경우, 해당 번역가가 부족하거나 아예 부재한 경우가 많아 주변 언어에서 중역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 팀장은 "또 한국사회에서 점점 그 위상을 잃어가고 있는 독일어, 프랑스어에 관해서는 분명 이 점이 향후 한국사회의 세계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독일어·프랑스어로 된 문학작품이 세계문학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들 작품을 세계문학의 큰 틀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문학 번역원도 이를 위해 단순히 한국문학 작품을 이들 언어로 번역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 작가와 현지 작가의 교류를 활성화해 문화 ·외교적 차원의 노력을 계속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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