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등유는 도시가스의 보급확대와 실내등유와의 가격 차이가 좁아지면서 갈수록 서민연료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갔다. 오히려 세금이 면제되고 경유와 유사한 성질 때문에 경유와 보일러등유를 섞어 파는 유사경유로 불법 전용돼 왔다.
관계 당국의 조사에 의하면 실제 보일러등유는 난방유 사용량이 거의 없고 발전용과 목욕탕 등 일부 산업용 수요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유사경유로 쓰여 왔다. 한여름에도 겨울철 난방유 판매량이 증가했던 것은 유사경유 때문에 생긴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보일러등유는 결국 폐지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유사경유를 취급해왔던 불법 판매업자들은보일러등유에 첨가되는 식별제와 착색제를 제거할 정도로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이 불법 판매업을 쉽게 중단하리라 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한 대도시의 업계 관계자는 “전부터 유사경유를 취급해왔던 A주유소가 최근엔 용제를 섞어 팔다 단속에 적발됐다”고 전했다. 유사경유뿐만 아니라 석유제품의 세금을 탈취하기 위한 수법은 다양하다는 얘기다.
실제 서민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실내등유도 유사경유 전용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경유에 더 많이 섞어야 운행이 가능하지만 유가가 올랐을 경우에는 불법전용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실내등유의 불법 사용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상승해 실제로 서민층이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보일러등유 폐지가 유사석유 차단의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단속기관이 긴장을 늦춰서도 안되고, 유사석유 차단의 근본대책을 찾기 위한 노력도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