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서 소설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의 이야기다. 헌신과 희생의 상징인 토끼 그리고 아내가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죽었다는 게 요지다.
토끼해, 신묘년(辛卯年)이 밝았다. 새해는 언제나 화합과 도약을 다지며 맞이하게 되지만, 대기업 위주의 우리 경제는 여전히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해 있는 상태다.
지난 해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이란 단어가 연일 매스컴에 등장했고, 굴지의 대기업에서는 협력업체를 방문한 기업 오너의 사진을 쏟아냈다.
한 켠에서는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받고서도 거래가 끊길까 전전긍긍 하고, 키코(KIKO)에 발목 잡혀 부도 위기를 맞은 중소기업이 넘쳐났는 데 말이다.
대·중소기업 관계가 수직적 발주자와 하도급 생산자라는 원시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 사례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환경 속에 '성장 제일주의' 기치 아래 앞만 보며 달려왔다. 서로 도우며 동반 성장해 온 중소기업을 살펴보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정부가 나서서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에 팔을 걷어부치는 모습은 다행스럽다.
중소기업이 망하면 대기업도 경영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자명하다. 토끼가 죽자 아내가 휘청거리다 세상을 뜬 것과 같이.
정부는 국가경제 발전에 헌신을 다한 대·중소기업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 소설 속 남편과 같이 죽은 뒤 알아채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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