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형 은행들이 저축은행 인수 계획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손실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비은행부문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시장 안정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저축은행 인수 계획을 검토해 왔다”며 “최근 부실 저축은행이 늘면서 가격이 크게 낮아진 만큼 인수하기에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정도 부실이 있는 저축은행을 사들여 경영정상화(턴어라운드)를 이루겠다는 것”이라며 “그룹의 규모를 감안했을 때 복수의 저축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으며 조만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의 저축은행 인수 추진에 금융당국도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은행이 제2금융권에 진출할 경우 기존 저축은행 및 캐피탈사의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던 데서 방향이 급선회한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우량 금융자본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데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저축은행권의 특성상 영업 구역이 겹치는 곳이 별로 없어 기존 저축은행들도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도 당국의 입장 변화에 동의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회사 관계자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후 당국의 입장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며 “부실 저축은행을 조속히 정리하기 위해 은행을 활용하겠다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바뀐 것 같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고객기반 확대·수익구조 다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필수조건이 된 비은행부문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국이 저축은행 인수 허용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은행권도 예보기금 공동계정 설립안을 계속 반대하기가 어려워졌다.
금융위는 저축은행 부실을 해소할 재원을 마련키 위해 예보기금 내에 공동계정을 신설해 금융권이 납입하는 기금의 절반을 적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은행·보험·증권 등이 반발하면서 기존에 적립한 업권별 기금은 공동계정에 포함시키지 않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은행권은 표면적으로 여전히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결국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중은행 자금담당 부행장 회의에서도 금융위가 제시한 수정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해줬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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