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 김석동, 금융기강 확립·위험요인 제거 주력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취임 초기부터 의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대출 및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 금융권 인수합병(M&A) 및 민영화 등의 이슈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금융시장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현재 국내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분명하다. 미증유의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데 대해서는 평가를 하되 해이해진 금융시장의 질서와 기강은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전임자인 진동수 위원장이 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추고 금융권에 일정 수준의 자율을 보장했다면 김 위원장은 위기 이후 금융시장을 재정비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부실 저축은행 정리 해법은 ‘속전속결’

김 위원장이 취임한 직후 PF 대출 부실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들을 정리하기 위한 해법이 가시화되고 있다.

범 금융기관 신년 인사회가 있었던 지난 5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 수장들이 잇따라 저축은행 인수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의 위기가 시스템리스크로 연결되면 안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사전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대형 은행의 저축은행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은행들이 새 먹거리를 찾아 제2금융권까지 기웃거리면 저축은행·캐피탈사 등의 경영난이 더욱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해 벽두가 되자 방향이 급선회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 정리 작업의 일부를 은행권에 맡겨 빠른 시일 내에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은행권이 저축은행을 인수해 비은행부문 경쟁력 강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신 당국이 추진해 온 예보 공동계정 설립안으로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 금융권 인수합병·민영화는 깔끔하게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 위원장 스스로가 철저한 합리주의자인 만큼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기 전에는 무리하게 민영화를 밀어붙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개선된 민영화 방안을 내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일단 시장에 유력한 매수자가 없는 데다 유효경쟁 성립·공적자금 회수 극대화·국내 금융산업 발전·우리금융 경쟁력 강화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산적해 있는 탓이다.

김 위원장도 이같은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금융의 주인은 정부지만 시장에 매각할 경우 돈도 많이 받아야 하고 우리금융도 잘 돼야 한다”며 “양쪽을 두루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민영화) 시기보다 방법론이 중요하며 방법론이 정해지면 시기는 걱정하지 않는다”며 연내 민영화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대건설 매각 이슈와 관련해서는 향후 대기업 인수합병(M&A)에 당국이 관여할 여지를 남겼다.

그는 “채권단이 자기 역할에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며 “M&A 이후 기업이 제대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싼 채권단의 대응 방식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지적한 것이다.

올해 추진될 하이닉스·대한통운 등 굵직한 민간 M&A 이슈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당국이 조율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 서민금융은 더욱 박차,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은 공격적으로

김 위원장은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지로 재래시장과 서민금융회사를 택했다.

그는 6일 서울 금천구의 현대시장과 시흥 새마을금고를 찾아 “서민금융 활성화는 올해도 변함없는 정부의 중점 추진 정책”이라며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내실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취임사에서도 “웅덩이에 빠진 물고기는 강물보다 물 한 바가지가 더욱 절실하다”며 서민금융 활성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3년 카드사태가 터지자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금융소외자의 아픔을 직접 느낀 바 있다. 이 때문에 금융소외자 구제와 서민금융에 누구보다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신용회복 제도 개선, 대부업체 금리인하, 영세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추가 인하 등의 문제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신한사태’ 등이 불거지면서 이슈로 떠오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전임자인 진동수 위원장보다 훨씬 강도 높은 대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지난해 얼개가 잡힌 금융회사 경영구조개선법은 연내 국회에 상정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시간을 많이 끌 생각은 없다”며 “법안 처리에 필요한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이익 추구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국민경제 전체에 감당할 수 없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금융은 어느 분야보다 확고한 윤리의식과 책임감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인사는 “진동수 전 위원장이 시스템 개선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면 김 위원장은 시장과 직접 소통하며 직접적인 개입을 선호한다”며 “추진력이 강하고 시장 장악력도 뛰어나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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