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방지를 위해 통장개설 및 금융거래 개설을 제한하고 있어 은행은 물론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3일부터 국내 17개 은행 및 신협·우체국·새마을금고 등과 공동으로 금융사기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계좌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는 금융사기범들이 대출 등을 미끼로 기존 거래계좌를 수취하는 등의 사기수법이 기승을 부리는 데 따른 대응 조치다.
금감원은 단속과 더불어 최근 한달간 2개 이상의 예금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 대해 개설 목적을 확인하고 목적이 불분명한 경우 계좌개설을 거부하고 있다. 개설 목적이 있더라도 다수계좌개설에 해당하는 고객에게는 6개월 동안 인터넷뱅킹 및 IC카드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의 이 같은 일방향적인 단속강화가 금융 은행의 영업력 저하 및 금융소비자들의 불편만 키우고 있다.
우선 은행 입장에서는 신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은행권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혜택이 다양한 예적금·신용카드 상품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이처럼 고객의 이동이 활발한 시기에 금감원의 과잉 규제가 영업력 확대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특히 민영화를 앞두고 본격적인 개인고객 유치에 나선 산은이나 IBK기업은행의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이들 은행은 최근 4%대 고금리 예금 상품을 무기로 본격적인 영업대전에 뛰어들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기 방지를 위한 각종 대응책은 필요하고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통장개설 및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신규 고객 유치를 어렵게 해 영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들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달에 2개 이상의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여타 통장 가입시 전산상에 자동으로 다수계좌개설자로 통지돼 가입 절차부터 불이익을 받게 된다.
실제로 이 같은 문제로 고객들이 영업점 직원들에게 강하게 불만을 나타내거나 마찰을 빚는 일이 늘고 있으며, 영업현장의 고충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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