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멀티미디어·가전 전시회 'CES 2011'에서 한국은 세계 최대 미디어가전 대국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부스 규모와 전시 제품 등은 경쟁국가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와 전시부스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관람객들과 취재진, 바이어들의 발길로 연말 명동 거리를 방불케 했다.
특히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이 진행한 CES 기조연설은 3000명에 달하는 인파로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눈에 띄는 것은 중국 가전기업들이었다.
그간 전시회에 이렇다할 부스조차 마련하지 못했던 중국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전시회의 주요 부스 인근에 전시장을 마련해왔다. 이에 이어 이번 CES 전시회에서는 한국·일본 등 주요 기업들과 격차를 크게 줄인 제품을 선보였다.
TCL·창홍·하이센스·하이얼 등 중국 기업들은 모두 이번 전시회에서 디자인과 성능을 크게 개선한 제품을 선보였다. 아울러 3D TV도 함께 출품했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한 것은 TCL이다.
중국 기업 가운데 가장 큰 부스를 차지한 TCL은 스마트·3D·LED 등 주요 프리미엄 제품을 대거 출품했다. 시청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모션캡쳐 기능도 선보였다. 아울러 중국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무안경 3D TV를 선보였다.
세계 1위의 기술력과 점유율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같은 방식의 터치스크린 리모트 콘트롤러도 주목받았다.
창홍 등 중국 기업들도 패턴 방식 및 FPR 방식의 3D TV를 모두 선보였다. 아직 3D 영상의 초점이 잘 맞지 않고, 휘도(밝기)가 떨어지는데다 화면떨림과 잔상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선진기업과의 격차를 크게 줄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특히 이들 중국 기업들은 14억에 달하는 중국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일본.유럽.미국 기업들 조차 중국 가전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들 기업들이 14억의 소비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1위 전자 대국으로의 부상을 노리고 있는 것.
과거 전세계 TV 시장을 주름잡았던 미국 RCA가 자국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조차 행사장 가장자리에 작은 부스를 마련한 것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들이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준비에 철저히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회에서 삼성전자는 최대 규모인 2584㎡의 부스를 운용했다. LG전자 역시 3위인 2045㎡의 전시장을 마련했다. RCA를 추월한 일본 기업들을 우리 기업들이 다시 추월한 것. 하지만 한국의 위상을 중국에 넘겨줄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소니의 행사장 스탭은 "10년 넘게 국제 전시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중국 기업들의 발전 속도가 무섭다"며 "과거 한국 기업들도 지금의 중국과 비슷했던 만큼 앞으로 일본과 한국 중국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중국의 기술이 우리 기업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만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 기업과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리더십을 지키기 위한 수위조절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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