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의 중국이야기> 3장-2 부의 화수분, 랠리는 계속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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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0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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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장.회오리 치는 부동산 광풍

중국에 푸워청(俯臥撑)이라는 말이 있다. 엎드려 팔굽혀 펴기 운동을 일컽는 말이다.

지난 2006년께 중국 부동산이 침체에 빠진 적이 있다. 자금줄이 꽁꽁 막히고 중소 영세 건설사들의 부도가 잇달았다. 부동산 개발상들은 정부와 은행을 쳐다보며 살려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이 무렵 중국 난징(南京)시 중앙로 대로변에 다음과 같은 대형 입간판 광고가 행인들의 눈낄을 끌었다.

“부동산은 절대 붕락이 없다.(房價不會跳水). 단지 집값은 지금 오르락 내리락 ‘엎드려 팔굽혀펴기(俯臥撑)’ 운동을 하는 중이다.”

부동산 회사가 건설사들을 위로할 목적으로 설치한 이 광고는 주택 가격이 언젠가 회복될테니 겁내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리라는 권고였다.

당시 한 석간 신문은 푸워청과 부동산 경기를 접목시킨 기사를 삽화와 함께 실었다. 삽화 속에서 부동산 건설회사 사장은 다리 난간에 올라서서, 힘들게 푸워청을 하는 주택 형상의 친구(부동산 경기)를 바라보며 “네가 더 푸워청할 힘이 없으면 나는 강물에 뛰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삽화에서 푸워청이 끝난다는 것은 더이상 오르락 내리락하는 과정 없이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붕괴된다는 의미다. 실제 당시 건설사들은 대출난과 판매 부진으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주택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 또한 최악이었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경기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급반등했고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전까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무서운 기세로 상승했다. 이후 금융위기로 중국 부동산 가격은 잠깐 급강하했지만 1년도 채 안된 시점인 2009년 중반 또다시 호황세로 돌아서 베이징 올림픽 직전의 최고가를 재차 경신했다.

중국 당국이 골치아파하는 부동산 과열의 주범중 하나는 지방 정부들이다. 재정 확충에 혈안이 된 지방정부들은 어쩌면 중국의 가장 큰 부동산 투기 세력이라고 볼수도 있다.

지난 2006년 중반 상하이 난징루(南京路) 식당에서 후난(湖南)성 지방도시 관리들을 만난적이 있다.
낙후한 내륙도시에서 선진 도시의 경제 발전상을 벤치마킹하러온 공무원 견학단이었다. 당시 한 관리는 “이번 시찰에서 가장 큰 수확은 부동산이 돈이 된다는 점을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은 요술 방망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도심을 재개발하고 농촌지역의 임야나 심지어는 농지에 개발구 푯말을 세우는 순간 땅값은 수십배 뛰어 오르고 도시 재정도 덩달아 늘어나는 거였습니다.”

중국 전역에 부동산 광풍이 불어닥치고 땅과 집이 투기의 대상이 되는 배경에는 지방 정부들의 성장 지상주의가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재정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땅값을 올리고 외부자본에 비싸게 매각 하다보니 땅값이 뛰고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뚜렷한 간판 산업이 없는 어떤 지방 정부들은 세수의 60~70%를 부동산에서 올리고 있다. 정상적인 생산활동과 관계없이 재정수입이 늘어났는데도 지방정부들은 외자가 들어와 지역 경제가 활성화됐다고 선전을 해댄다.

중국사회엔 부동산 불패신화를 믿는 사람들이 많다. 시장화와 도시화 국제화 등이 진전됨에 따라 가격도 오르고 거래도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이다.

“자원이 유한한 일본도 경제와 부동산이 20년 이상 장기간 고속 성장세를 유지해왔습니다. 중국은 자원이 무궁하고 시장 수요도 강합니다.”

부동산 세미나에서 만난 은행 직원은 중국 부동산에 대해 확신에 찬 낙관론을 피력했다.
그는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이 본격 형성된 것은 10년밖에 안됐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볼때 중국 부동산 랠리는 지금 시작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현실에선 부동산시장도 마치 푸워청 운동 처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국내외 경제환경과 정부정책, 수급과 소비자 심리에 의해 등락을 거듭하고 때에 따라선 가파른 롤러코스틀 타기도 한다.

다만 경제 주체들 사이에는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 한 중국 부동산도 파멸적 붕락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ch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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