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시내에 자리한 베이징 국제 전람관과 궈마오의 전시장에서는 거의 연중 무휴로 셀 수 없이 많은 전시회가 열린다. 자동차 전자 정보통신기기 복장 종묘 위성방송장비 미술 등 어느 분야의 전시회든 중국인이 중심이된 참관자의 발길이 미어 터진다.
입장료가 30위안(약5100원)안팎으로 그렇게 싼 편이 아닌데도 일반인들까지 전시장에 몰려들어 해당분야의 새로운 기술과 신제품 트랜드를 구경하느라 북새통을 이룬다. 이렇듯 전람회의 인기가 높다보니 인기 공연장 처럼 현장에는 예외없이 암표장사꾼들이 출현해 ‘흥행을 연출하는 조역’으로서 단단히 한 역할을 수행한다.
2009년 하반기 이후 경기 회복붐을 타고 중국 부동산 경기가 사상 최대 호황으로 치닫던 가운데 베이징에서 초 호화 부동산 전람회가 열려 설왕설래와 함께 잡음을 빚었다.
베이징 중심 상업 지역인 궈마오(國貿)에서는 지난 2009년 11월12일~15일까지 나흘간 ‘베이징 동계 부동산 전람회’가 열렸다. 매년 초겨울 부동산 휴면기를 몰아내자는 취지에서 치르는 일종의 부동산 프로모션 행사였다.
예년과 달리 이 행사는 사상 유례없는 초 호화판 귀족 전람회로 치러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전시된 부동산의 경우 일반인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초화화 주택이었고 통상 5위안 하던 전람회 입장표도 100위안으로 올려서 팔았다. 4일 짜리 통합 표는 무려 300위안이나 했다.
집구경이나 한번 할 요량으로 생각없이 전시장을 찾았던 시민들은 한마디로 ‘가난한 자 사절’이라는 발상이라며 ‘돈없는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냐’고 비아냥거렸다. 그러지 않아도 양극화가 사회의 골치거리로 떠오른 마당에 이런 전시회로 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장해서야 되겠냐는 지적이 사회 일각에서 제기됐다.
한 매체는 19세기 망국의 시기 상하이 조계공원에 등장했던 ‘개와 중국인 출입금지(華人與狗不得入內)’라는 모욕적인 표지판을 인용, 아번 전람회가 마치 ‘개와 가난뱅이는 출입금지’라고 경고하는 듯 하다고 메섭게 꼬집었다.
논란이 어쨌든 주관측이 ‘돈 없는 사람 공연히 들어와서 물 흐리지 말라’고 얘기할 만 하듯 전람회장 안은 초화판 부동산 매물들로 빼곡했다. 수천만위안(수십억원)에서 수억위안(수백억원)하는 아파트와 고급 빌라, 여기에다 천상에서 막 내려온듯한 미녀 도우미들의 장내 서비스가 휘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매물로 전시된 주택들도 대부분 ㎡당 수만 또는 수십만위안으로, 일반적으로 ㎡당 5000위안~7000위안대에서 거래되는 서민 아파트와는 애초부터 격이 달랐다. 전람회에 참여한 한 부동산 개발상은 “㎡당 4000위안짜리 수십 채를 파는 것 보다 5만~10만위안짜리 한채를 팔겠다”며 부동산 분야에서도 갑부들을 상대로 한 타겟 마케팅이 먹히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행사 주관측은 또 호화 주택을 찾는 상류 계층 인사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전람장내에 유명 오케스트라를 초청, 값비싼 음악회를 개최하거나 최고급 음료 등 초호화 황제 서비스를 제공했다.
100위안이라는 고가의 입장료에 질려 발길을 돌리던 한 시민은 마침 전시장을 취재중이던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서민들은 발도 들여놓지 말라는 투라며 가난도 서러운데 수치심과 모욕까지 당해야하냐며 화를 삭히지 못했다.
또 한 주민은 ‘지난 2009년 초만해도 살려달라고 애원했던 부동산 개발상들이 회생한 것은 순전히 정부의 유동성 공급덕분인데, 지금은 사회분위기에 아랑곳 않고 서민들을 무시한 돈잔치에 혈안’이라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세계 금융위기로 잠깐 하강했다가 2010년인 올해 또다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등 주요도시 아파트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구태여 광고를 하지 않아도 청약객들이 구름같이 몰려들고 아파트가 시장에서 무 배추 팔리듯 팔려나가고 있다. 특히 일부 분양시장에는 한동안 뜸했던 밤샘 줄서기 대열과 대타 줄서기꾼이 등장해 부동산 호황을 실감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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