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의 중국이야기 3-6> 집값을 잡아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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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0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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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장 회오리 치는 부동산 광풍

점심식사를 마치고 삼삼오오 벤치에 모여 재잘되는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 팔장을 끼고 저만치 앞에서 깔깔거리며 다가오는 앳된 나이의 소녀들. 행색으로 볼때 모두가 분명 이 사회의 가난한 소시민들인 듯한데 그들의 얼굴엔 하나같이 명랑하고 활기찬 기운이 넘쳐난다.
사람마다 느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길 거리든 어디든 내가 만난 중국인들의 얼굴 모습은 대체로 밝은 표정이었던 것 같다. 마치 국제 도시 베이징의 역동성과 활력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얼굴에 환하고 건강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거(葛) 부인을 재회 한 것은 정말 기적같은 우연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2008년 7월 중순. 베이징 북쪽 4환 밖 야윈춘의 한 아파트 단지는 마치 질식이라도 할듯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단지안의 오래된 콰이수(훼나무 일종) 그늘은 마치 사막으로 변한 아파트 단지의 오아시스이기라도 하듯 주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었다.
막 완성되가는 올림픽 공원 선수촌 아파트 취재를 위해 주변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목적지로 향하던 도중 콰이수 그늘에 들러 땀을 식히며 잠깐 숨을 돌리는 틈에 흘낏 쳐다봤는데 영락없는 ‘그때 그 사람’이었다. 한시도 입을 쉬지 않고 재잘대던 그녀. 투어단중 유일한 외국인이었던 나에게 특별한 호의를 보여줬던 그녀는 환한 미소와 곱고 부드러운 마음씨가 트레이드 마크였다.
“어디서 만난적이 있는 얼굴인데...” 둘은 뭔가를 회상하려는 듯 미간을 찌푸린채 상대를 빤히 응시하며 입술을 꼬물거렸다.
“당신 맞지요. 친황다오(秦皇島). 한국사람”
“예. 베이다이허(北戴河) 해수욕장에서 봤던…. 거 부인 맞지요”

그녀는 3년전 연수시절 친황다오로 놀러갔을 때 만난 베이징 단체 투어단의 일원이었다. 당시 중국인 관광객들과 베이다허 해변에서 해수욕도 같이하고 특히 그녀와는 거요우(葛優)라는 동성의 유명 배우를 화제로 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던 인연이 있어 금새 기억이 되살아났다.
“무슨일로 왔어요.”
“선수촌 아파트 취재하러 가는 길입니다.”

몇마디 인사말로 예상치 못한 재회의 기쁨을 나눈 뒤 거 부인은 자신이 꾸려온 생활얘기를 들려줬다. 마침 그시기는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였고 거 부인도 운좋게 부동산 상승추세에 동승해 적지않은 돈을 벌었다.
“베이징 남쪽에 엔쟈오(燕郊)라는 곳 있잖아요. 도심의 후통 재개발 주민들도 많이 이주해오고 신흥 주택지로 각광을 받고 있지요. 우리가 친황다오에서 만난게 2005년 6월쯤이 었나요. 그다음해 나도 거기 옌쟈오에 아파트 두채를 샀어요. ㎡당 3500위안에 샀는데 2년여만에 벌써 6500위안까지 올랐어요”
행복한 미소의 거부인은 부동산 얘기를 퇴약볓이 한풀 꺽일 무렵까지 계속했고 자주 연락하자는 얘기와 함께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옌자오 일대의 아파트가격은 이후에도 계속올라 2010년말 현재 평당 8000~9000위안을 호가하고 있다. 옌자오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부동산경기 호조로 인해 집값 상승이 베이징 주변지역으로 계속 확산돼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거 부인처럼 시운을 잘 탄 행복한 사람도 많지만 중국의 주요 도시에는 아직도 부동산 폭등을 불만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무주택 ‘팡누’들이 더 많다.

얼만전에는 중국 도시인들의 85%는 주택 구입능력이 없다는 통계가 발표되기도 했다. 집의 소유 여부는 이제 가난뱅이와 부자를 구분하는 절대 기준이 되고 있다.
부동산 광풍이 불때면 인터넷 사이트에는 언제나 부동산 폭등과 정부의 제대로 된 대응을 촉구하는 글이 도배가 되듯 올라온다. 게중에는 집값을 잡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매섭게 충고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동산 논쟁은 등락에 대한 단순 경기 전망을 비롯, 주택 정책에 대한 비판, 가치판단이 내재된 적정 가격 여부에 대한 논란 등 백화제방식으로 끝도 없이 이어진다.

정부의 주택정책을 싸잡아 비난하는 ‘팡누’들이 있는가 하면 도시인들 중에는 거 부인 처럼 부동산 때문에 하루하루가 행복한 주민도 많다. 학자들중에는 집값 지속 상승과 폭락 불가피론을 놓고 학자적 명예와 권위를 내걸고 한판의 격렬한 ‘치킨게임(마주보고 달리는 차에서 먼저 핸들을 꺽는 겁쟁이를 가리는 게임)’ 승부를 벌이는 사람도 있다.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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