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바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먹거리에 대한 안전불감증 확산으로 소비심리 위축 조짐이 일면서 채산성 악화가 염려되는 상태다.
◆'원자재 쓰나미'…식품업계 실적악화 '울상'
식품업계가 원당, 밀 등 국제 시세가 연일 치솟자 최근 제품 가격을 올렸지만 고민은 여전하다. 정부의 물가안정대책으로 당초 인상 폭보다 낮춰 제품 가격을 올린 탓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24일부터 설탕 출고가를 평균 9.7% 인상했다. 당초 15% 인상을 추진하고 제과·제빵업계에 공문까지 보냈으나, 정부의 반대에 부딪쳐 한 자릿수 인상으로 뜻을 굽힌 것.
CJ제일제당 측은 "그동안 적자를 감수하고 정부 정책에 협조하며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으나 국제 원당가 폭등이 지속되면서 더는 참기 힘든 지경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819억원으로 전년대비 30% 가량 줄어들었다.
코카콜라음료도 지난 1일부터 일반 소비자용 콜라 제품값을 4.1~8.6% 올렸다. 코카콜라음료 측은 "지난해 12월 음식점 공급가격 인상 시 소비자용 제품값 인상도 검토했다가 보류했던 것"이라며 "설탕 등 원부자재 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 값 유지는 어렵다"고 전했다.
실적 악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호소가 먹혀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물가인상 분위기에 편승해 제품 값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지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식음료업계 한 관계자는 "원가 부담을 안고서도 정부의 통제로 제품 가격을 제때 인상하지 못해 식품업체의 성장이 정체된 측면이 있다"며 "밀가루·설탕·돼지고기, 분유 등 정부의 가격감시조사 품목에 해당하는 52개를 취급하는 업체의 경우는 정체 수위가 더 높다"고 말했다.
◆구제역·AI 전국 강타…설 대목 장사 타격
설 특수를 노리던 유통업체에 빨간불이 켜졌다. 구제역과 AI 여파로 인한 먹거리 불안감이 자칫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우려해서다.
이마트가 한우가격을 최소 한 달간 부위별로 10~25% 가량 낮추는 행사를 진행하고, 롯데마트가 소·돼지고기 가격을 당분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구제역은 국내 최대 한우산지인 경북 경주를 비롯해 강원 횡성, 경기, 인천, 충북 등 5개 시·도의 72곳으로 확산됐다. 지금까지 살처분되거나 매물된 소·돼지 등 우제류(偶蹄類)는 100만 마리가 넘는다. 여기에 AI 발생지역도 전북과 충남에 이어 전남으로까지 번지는 추세다.
사정이 이렇자 유통업계의 설 대목맞이 움직임이 예년과는 다소 달라진 분위기다. 육류를 대신할 대체상품 마련에 고심 중이다.
한우선물세트 대신 수산물, 청과물을 활용한 설 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고, 구제역·AI에 효능있는 홍삼·인삼 선물세트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수 차례의 구제역 파동을 겪으면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AI도 열에 약해 섭씨 80도에서 1분간 열처리하면 사멸한다"면서도 "먹거리 악재가 소비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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