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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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2-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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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정신의학과 심리학의 용어 가운데 거의 일상적인 용어처럼 널리 사용되는 트라우마는 일상용어로 전용되는 과정에서 약간 의미가 바뀌었다.

그리스어의 트라우마트(traumat)에서 비롯된 트라우마는 원래 ‘상처’라는 뜻이며, 일반 의학에서도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인간의 기억은 나무와 같다. 삶에서 생겨난 작은 상처는 나무가 자라면서 껍질에 난 생채기가 아물듯 쉽게 잊힌다. 그러나 여린 나무에 충격을 줄 만큼 중대한 사건을 경험하면, 마치 깊게 패인 도끼 자국이 나무에 영구적인 상처로 남듯 지워지지 않게된다.

최근 대전의 한 중학교 담임교사가 과잉행동집중력장애(ADHD)가 있는 학생을 때리고 인격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고 피해 학생의 어머니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다.

교실 열쇠를 분실한 학생에게 새 열쇠를 복사해 오라고 했지만 학생은 며칠째 열쇠를 가져오지 않아 교사가 학생을 체벌하는 과정에서 한 '막말'이 문제가 됐다.

잘못을 했다고 하는 학생에게 “잘못은 무슨 잘못이냐. 엄마가 와서 잘못했다고 해라. 돼지처럼 킁킁대지 왜 안하냐”는 등의 막말에 이어 학교에 찾아온 엄마에게도 “능력도 없으면서 아이를 다섯이나 낳고 말이지. 눈 그렇게 뜨지 마세요. 아이가 눈을 그렇게 뜨더니 엄마를 닮았나 보네”라고 했다는 것.

ADHD를 앓고 있는 학생과 그 엄마에게 교실과 그날의 기억은 아마도 깊게 패인 도끼 자국과 같을 것이다.

어느 한 문학평론가는 가난한 동무가 교사에게 체벌을 받다 그 체벌을 면하기 위해“미역 갖다줄 게 때리지 마세요, 김 갖다줄 게 때리지 마세요”했다고 했다. 매 맞던 동무에게 선생은 산림감시반원이나 밀주 단속을 나온 세무서원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에게 떨어진 매가 자신의 소행 탓이 아니라 '적절한 방법'으로 권력자의 환심을 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 옛날 그 교실이 평론가의 자아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오늘날의 교실도 우리의 아이들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게 될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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