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성 차장/산업부 |
새해 첫 경제인들의 모임이었던 만큼 주최격인 대한상공회의소의 손 회장을 비롯해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연이어 마이크를 이어 받으며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한 덕담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자리에서 재계 단체의 맏형격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덕담은 들을 수 없었다. 전경련 회장 자리는 현재 사실상 공석인 상태로, 이날 참석한 정병철 상근부회장은 다른 경제 4단체장과 ‘격’을 같이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행사를 준비한 대한상의 측은 “전경련에서는 조석래 회장이 참석했다면, 당연히 발언 기회를 드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부회장이 회장들과 함께 ‘덕담’을 하도록 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덕담’의 유무를 떠나 회장의 빈자리가 초래한 전경련의 ‘하락한 위상’이다. 더군다나 회장의 ‘공석’이 쉽게 채워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전경련은 오는 1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올해 첫 회장단 회의를 갖는다. 다음 달 말에 조석래 회장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이번 회장단 회의에서는 차기 회장의 윤곽이 드러나야 한다.
전경련은 여전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이번 회장단 회의에서 다시 한 번 이 회장을 ‘공식 추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회장의 ‘고사의 뜻’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이번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도 불참할 계획이다.
삼성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13일 열리는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차기 전경련 회장직 고사 의사에도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현재 삼성의 공격적인 경영을 이끌고 있다. 또 올해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할 시간이 없다는 의미다.
이 회장이 끝까지 ‘차기 회장직을 고사’할 경우 전경련이 바라보고 있는 다른 인사는 나머지 4대 그룹 총수들이다. 하지만 4대 그룹의 후대 회장들도 모두 회장직 수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미 고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1999년 반도체 빅딜 이후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50세로 아직 재계에서는 젊은 축에 속해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회장직 공석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지속될 경우 ‘전경련 무용론’이 다시 거론되면서 전경련의 위상이 날개 없이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경련의 고민이 깊어지는 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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