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진의 육조거리24시] 남북대화의 물이 끓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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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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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물이 끓는 온도는 1기압 상태에서 섭씨 100도이다. 그러나 위도나 고도가 바뀌어 기압이 낮아지면 물은 그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끓는다.
 
 새해 들어 대화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이 10일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안했다. 북측 아태평화위원회가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위한 국장급 실무접촉과 적십자회담을 갖자고 통지문을 보내왔다.
 
 우리 정부가 신년공동사설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 이뤄진 북측의 잇단 대화 요구에 대해 당국 차원의 공식 제의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자 형식과 요건을 갖춰 화답한 것이다.
 
 작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피격사건 등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대화 주전자 속의 물이 녹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온도가 오르는 형국이다. 조금만 더 온도를 높이면 남북대화의 물은 언제라도 펄펄 끓어오를 수 있다는 희망섞인 기대감도 갖게 한다.
 
 하지만 남북 간의 얽힌 실타래가 너무 길고 복잡해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도 생각처럼 간단치 않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어제까지 대포를 쏘아대던 적이 갑자기 대화를 하자고 하니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남북 회담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북측의 책임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 대화제의는 경제지원과 원조를 받기 위한 위장 평화공세라고 일축한다. 말로만 하는 평화공세는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기조가 여전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로서도 마냥 북측의 대화제의를 모른척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남북 관계개선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비핵화에 대한 북측의 진정성 확인을 위한 당국간 회담을 갖자고 역제의한 것도 그러한 배경으로 읽힌다.
 
 현재로서는 남북이 주고받기식으로 전개하고 있는 남북대화 신경전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예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남북갈등을 해소하는 수단은 대화가 돼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문제는 방법이다. 남북이 알듯말듯한 태도로 책임만 떠넘겨서는 금명간에 결론을 내기 어렵다. 한쪽이나 양쪽 모두 조금씩 양보를 하지 않고는 상황의 진전을 보기 힘들다.
 
 결국 남북갈등은 협상 테이블에서 풀어야 한다고 볼 때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위한 북측의 이번 실무접촉 제안을 일단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피격 사건에 대한 우리측 요구는 별도 채널을 통해 해결을 모색하는 전략적인 판단도 요구된다.
 
 남북협상 테이블의 위치를 바꿔 기압을 낮추는 것만이 하루라도 빨리 한반도 평화의 물을 끓어 넘치게 하는 지름길이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이제 막 끓어오르려 하는 남북화해의 물을 이대로 식혀버리기엔 그동안 치른 대가가 너무 크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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