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홍콩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금융 수도를 노릴 만큼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든든한 배경은 역시 중국이다.
중국에 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들과 막대한 중국 자금을 유치하려는 기업들이 모두 홍콩에 집결하고 있다.
홍콩은 중국의 무서운 성장세를 등에 업고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홍콩은 더 이상 중국으로 향하는 수입품과 중국에서 나가는 수출품을 처리하는 무역 창구가 아니다. 이미 세계 3위의 금융 허브로 도약했다.
이같은 변화는 산업 구조를 금융 중심으로 바꾸려는 홍콩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 기인한 바가 크다.
존 탕 홍콩 재정부 총리는 지난해 초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홍콩 금융권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며 “홍콩 정부는 금융 규제 시스템을 개선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탕 총리는 “홍콩은 중국 정부의 자본계정 개방, 위안화 국제화 등의 정책에 있어 최초의 시범단지가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협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에서 갈수록 높아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무기로 금융 허브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홍콩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6.5%로 제시했다.
중국도 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홍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외자 조달을 위한 창구 기능은 물론 위안화 무역결제 시도, 위안화 채권 발행 등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 우수한 인프라에 기업 친화적 제도 갖춰
홍콩이 중국의 힘만으로 금융 허브 지위에 오른 것은 아니다. 세계 어느 도시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아시아에서 보기 드물게 뛰어난 영어 구사력이다.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을 거치면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했던 경험 때문이다.
언어적 제약이 없다 보니 미국과 유럽의 금융회사도 홍콩에서 별다른 불편함 없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자본유출입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고 한국, 일본 등 경쟁국보다 법인세 부과율이 훨씬 낮은 것도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홍콩으로 향하는 이유다.
유연한 노동시장도 강점이다. 노동법 자체가 기업 친화적으로 운용되는 데다 노조의 영향력이 거의 없어 사업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풍부한 인적 자원, 효율적인 세제, 유연한 노동시장, 잘 갖춰진 교육 인프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홍콩을 아시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었다.
◆ 상하이가 홍콩 따라 잡는데 30년 걸려
중국 본토의 상하이와 선전 등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홍콩과 함께 글로벌 금융 허브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콩이 상하이에 흡수 통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향후 30~40년 안에 홍콩이 상하이에 금융 허브 지위를 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권오균 신한은행 홍콩지점장은 “투명한 회계 및 세제 시스템, 세계 최고 수준의 자본 유출입 자율성, 안정적인 환율 정책 등은 단기간 내에 따라 잡을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며 “상하이 등은 일관성이 결여되고 신뢰도가 낮은 중국 정부의 입김이 그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경영 환경 측면에서 홍콩과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열홍 하나은행 홍콩지점장은 “홍콩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중국의 유일한 역외 금융시장으로 전략적 가치가 높다”며 “앞으로 홍콩의 역할과 위상이 제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쟁 도시인 싱가포르와도 확실히 차별화돼 있다.
싱가포르가 무역 금융과 원자재 등에 특화돼 있는 반면 홍콩은 투자은행(IB) 기능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자문 업무에 치중하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최근 들어 두 도시의 차별성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금융회사는 지역별 특성을 감안해 수요가 있는 곳으로 진출하는 만큼 홍콩과 싱가포르의 전략적 가치는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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