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인 정동기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을 감사원장 후보자로 내정하면서 그동안 잠재해 있던 당·청 간 ‘소통’ 부족과 갈등의 골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이른바 ‘조기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지난 10일 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자, 청와대는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격한 표정을 지었다.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정당 지도부로서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시는 가능하나,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과 직결된 문제를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 언론에 공개한 건 “절차와 방식 모두 잘못됐다”는 게 청와대 참모진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한 중진 의원은 “사실 이번 개각은 뭔가 새로 시작해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대통령 임기를 안전하기 마무리할 수 있는가에 방점을 찍고 차분히 인재를 골랐어야 한다”면서 “4개월 간 고민 끝에 내놓은 감사원장감이 결국 정동기 전 수석밖에 없었다는데 대해선 실망감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8·8개각’ 때 잇단 후보자 낙마에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며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향해 비판의 화살을 던지고 있다. “임 실장이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인사와 정책 등 청와대 내 모든 실권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물론 여기엔 임 실장이 이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가까운데 따른 경계감도 일정 부분 반영돼 있다는 해석도 함께 따른다.
이 대통령은 “끝까지 일 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미 정치권의 무게중심은 ‘현재권력’이 아닌 ‘미래권력’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아직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대통령) 임기 말 레임덕과 함께 당·청 갈등이 불거지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다”며 “어떤 식으로든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