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호 ‘또 말바꾸기’...한명숙 ‘당혹’, 검찰 ‘반색’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치열한 법정공방이 지속되는 가운데, 핵심인물 한만호(50.수감중) 전 한신건영 대표가 법정에서 진술을 또다시 번복했다. 한 전대표가 한 전 총리 대신 돈을 줬다고 지목한 당사자가 한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복하면서다.
　
　이에 따라 한씨가 교도소.구치소에서 모친과 면회하면서 나눈 대화 내용이 녹음된 육성 CD 등의 추가 증거를 공개하면서 본격화된 검찰의 반격에 더욱 탄력이 붙게 됐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우진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속행공판에서 한씨가 5억여원(3억원 및 미화 17만-22만 달러)을 건넸다고 주장한 박모 한신건영 전 부사장은 증인으로 나와 “그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한씨는 검찰에서 불법 정치자금 9억7000여만원을 한 전 총리에게 줬다고 진술했다가 재판이 시작되자 공사 수주 성과급으로 부사장 등 2명에게 5억여원을 줬다고 말을 바꿨다.
　
　나머지 3억여원은 한 전 총리의 측근 김모 씨에게 제공했으며 1억3000만원은 자신이 썼다고 한씨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증인 박씨는 이날 재판에서 “2007년 4월18일 한씨로부터 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자금과 관리비 명목으로 쇼핑백에 담긴 현금 1억원을 전달받은 것 외에는 받은 게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수도권 교회의 공사 수주를 담당하면서 모 교회의 장로 김모씨와 함께 한씨에게서 1억원을 받은 적은 있지만 (이와 무관한 돈) 5억원 수수는 사실이 아니며 1000 달러 이상의 달러는 만져본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2007년 4월30일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 2층에 있는 박씨 사무실에서 돈을 줬다는 한씨 주장에 대해서도 “그 때는 사무실을 열지도 않았을 때”라고 잘라 말했다.
　
　앞서 한씨는 지난 공판에서 “(검찰에서) 한 전 총리에게 줬다고 했던 5억원은 사실 박씨와 김씨에게 줬다. 그들이 곧 공사를 따올 것 같아서 사전 성과급 성격으로 준 것”이라고 했는데 이날 재판에서는 또다시 진술을 바꿨다.
　
　한씨는 ‘정말 박씨와 김씨에게 성과급을 줬느냐’고 검찰이 캐묻자 “‘종착역’은 따로 있다. 20만 달러와 3억원은 공사 수주를 위해 그들에게 준 돈이며 건설업계에선 이런 돈을 ‘실탄’이라고 부른다”며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 재판에서 돈을 한 전 총리에게 준 게 아니라 박씨 등에게 줬다고 했다가 막상 대질신문을 하게 되니까 또 말을 바꾼 것 아니냐”고 ‘위증’ 의혹을 추궁했고, 한씨는 “박씨 등을 보호하기 위해 그랬던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이 재차 “그 분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 관계도 없고 일국의 총리를 지낸 분에게 돈을 줬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는 것이냐”고 묻자 한씨는 “제가 3년이나 형을 살았고 또 다시 형을 받을지 몰라서 그랬다”고 했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들은 “두 증인의 사적인 부분에 대해 저희는 전혀 알지 못한다”며 “증인 간의 진실성 공방은 한 전 총리 사건의 판단에 참고가 될 뿐 사건 자체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