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교환교수로 갔다 온 C교수는 미국에서 사람마다 한국이 짧은 기간에 세계에 유례없는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냐고 묻길래 높은 교육열, 성실성, 부지런함 등이라고 말해 주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놀라운 경제발전은 세계 유명대학들의 주요 연구과제다. 발전경제학 사례로 한국의 경제발전이 곧잘 소개된다. 많은 나라들이 한국의 발전전략을 연구하고, 발전경험을 배우려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작년에만도 베트남 몽골 콩고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등 19개국이 우리의 발전경험을 배워 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는 에콰도르 대통령을 비롯하여 에티오피아 코스타리카 짐바브웨 등에서 각료 등이 줄지어 방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7월 아프리카 첫 방문국인 가나의 의회연설에서 한국을 아프리카 국가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국가라고 소개한 바 있다.
우리나라 새마을운동은 세계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되었고, 새마을중앙연수원은 잘살기 운동의 국제적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새마을운동을 배우려고 2009년 말까지 80개국 4만 8000여명의 외국인이 한국에서 합숙교육을 받았다. 중국은 지난 2006년 “사회주의 신 농촌”건설을 위해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개발도상국들이 이처럼 한국을 배우고 싶어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선진국 모델을 따르면 수백 년이 걸릴 일을 한국모델을 따르면 수십 년 만에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1960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79달러로 아프리카 최빈국 수준이었다. 당시 필리핀은 254달러였고, 대만 북한 태국 버마 캄보디아 베트남이 모두 우리보다 고소득 국가였다. 그랬던 우리나라가 불과 반세기만에 국내총생산(GDP) 세계 13위, 무역규모 세계 9위에 주요 20개국(G20)반열에 올랐으니 이 꿈같은 역사를 어찌 배우고 싶어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현대사를 폄훼하다 못해 아예 부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우리의 경제발전이 시장경제체제와 대외개방정책 등 정책선택을 잘 했기 때문도 아니고 정치 지도자가 특별히 잘 해서도 아니라고 본다. 그저 여건이 좋았기 때문이며 국민들이 부지런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누가 정치를 했건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들은 우리 현대사를 오로지 독재와 부정부패의 역사로서만 인식하려고 한다. 심지어 일부는 '오욕의 역사’ 운운하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젊은이들에게 사회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을 주입하기도 한다. 6.25남침전쟁까지도 대한민국에 책임을 돌리는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우리 현대사에 대해 균형 잡힌 인식을 갖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있다. 잘 알지 못하면서 편견만 깊게 고착돼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소통과 화합을 도모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한국은 개도국들에게 ‘빠른 경제 성장을 실증하는 '눈에 보이는 희망‘이 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더욱 더 선진화의 길을 달리고 국격(國格)도 높여야만 한다. 잘못된 제도와 관행 그리고 비뚤어진 의식을 바로잡고 고쳐서 정의롭고 살맛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우리가 모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들이 인정하고 부러워하면서 배우고 싶어 하는 우리 현대사에 대한 자긍심부터 갖춰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부족한 점들을 찾아내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야 하겠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