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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마지막 왕조 응우옌 왕조의 수도인 후에시 황성의 오문. |
(아주경제 오민나 기자) 국민에게 지지도가 높은 황실이든 아니든 ‘황실’이란 소재는 언제나 사람들의 주목을 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제국이 멸망하지 않고 황실을 이어나간 모습을 그린 만화 ‘궁’이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고, 최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조선의 마지막 옹주였던 덕혜옹주를 비롯한 그 일가는 꾸준한 세간의 관심거리다. 영국 ㆍ모나코ㆍ 태국ㆍ 일본 등 왕과 왕비, 공주와 왕자가 있는 곳이라면 분위기는 비슷하다.
경복궁 안의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최근 ‘황실’을 다룬 전시가 열리고 있다. 기성세대에겐 ‘베트콩’으로 , 요즘세대에겐 ‘비나(베트남인을 줄여서 친근하게 부르는 말)’로 점점 알려지고 있는 베트남에 관한 ‘베트남 마지막 황실의 보물’전이다. 이 전시는 베트남의 역사ㆍ 문화와 나아가 우리나라의 역사ㆍ 문화를 고찰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이렇게 역사적 의미를 꼭 두지 않고도 ‘마지막’ 과 ‘황실’이란 주제는 경복궁, 고궁박물관을 견학 온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인도차이나 반도 동쪽에 있는 베트남은 그동안 주로 현대사와 관련해 우리나라에 등장했다. 같은 아시아권이지만 '베트남 전쟁' 등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전문가나 관련공부를 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동안 베트남전통 왕조 시대를 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낯설음을 물리칠 베트남 황실의 유물 165점을 감상할 수 있다.
베트남의 전통왕조 시대는 한국, 일본과 함께 유교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적 동질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 (Nguyen, 院, 1802~1945)는 남북의 문화를 유교적으로 통일, 베트남이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는 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했다. 이렇게 명성을 떨치던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시대 보물인 황태자 보좌, 뜨득 황제의 인장, 제례용 칼과 궁중 생활 복식 등을 감상하다보면 어느덧 베트남 황궁에 닿아 있는 듯한 사치스러운 착각이 든다.
전통적으로 베트남은 중국에 책봉과 조공의 관계를 유지했지만 대내적으로는 황제국임을 칭하고 별도의 연호를 사용하는 외왕내제(外王內帝)정책을 택했다. 또 역사적으로 유교 문화의 영향을 오랜 기간 받았기 때문에 인접한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의 문화와는 구분된다. 전시장에서 스마트 폰이나 오디오 가이드 (대여료 1000원)를 이용해 각 유물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지만 이러한 기본 정보를 알고 간다면 관람객들은 더 쉽고 재미있는 황실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또 144년 동안의 기간 동안 총 13명의 황제가 재위했던 응우옌 왕조의 수도인 후에(Hue)를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놓은 점도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베트남 중부에 자리한 도시 후에에는 현재까지 동양의 풍수론에 기초해 세운 유적이 남아있다. 1993년에는 이 도시의 총 16개의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전시회장에서는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을 본따서 만든 ‘후에 성’과 응우옌 황릉 중 최고의 유적으로 평가받는 ‘뜨득황릉’의 모습 등을 사진과 영상으로 만난다. 1층 정보검색실에서는 터치스크린으로 전시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연상시키는 원형경기장에서 열렸던 ‘호권’을 3D 입체로 감상할 수 있다. 경기장은 왕권의 위엄을 나타내고자 조성됐다.
주한 베트남 대사관과 후에 유적보존연구소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2월 6일까지 전시된다. 2월 28일부터는 전시 공간을 옮겨 국립경주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다. 오는 8일과 22일 오후 2시에는 국립 고궁박물관 별관수라간에서 다문화 단체 30명을 대상으로 한 ‘만들며 함께하는 베트남 황실음식’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참가비용 무료. 문의 02-3701-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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