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어느 날 엄사장(김병춘)은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간다.
엄사장 가족은 별장에서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지만 이내 흉기를 든 괴한에게 차례차례 습격당한다.
괴한은 팔, 다리 할 것 없이 신체 부위를 난도질한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괴한은 바로 엄사장의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이경영)다.
그는 엄사장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엄사장은 돈으로 보상해주겠다면서 발뺌한다.
엄사장 가족은 괴한과 대치하면서 별장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식당 배달부(박영서)까지 별장에 등장하면서 사건은 전혀 예기치 못한 쪽으로 흘러간다
줄거리만 본다면 피가 튀는 잔혹한 슬래셔 영화를 떠올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 영화는 냉소적 시선을 바탕에 깐 독특한 분위기의 B급 영화로 군데군데 재치가 번뜩인다.
목이 날아가 피를 분수처럼 뿜는 장면도 우스꽝스러운 음악과 함께 표현하면 공포감을 느끼기란 오히려 어렵다.
'웃음과 공포’를 내걸었지만 사실 웃음이라기보다는 실소에 가깝다. 이는 괴한에게 신체가 잘리고 목숨을 위협받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엉뚱한 생각을 하는 인물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 때문이다.
가족이지만 서로 힘을 합치기보다는 헐뜯지 못해 안달이고 나중엔 적반하장 식으로 돌변하는 이들의 행동을 보고 있자면 황당하게 느껴질 뿐이다.
일가족이 외딴 집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난 짓을 저지르는 것은 ‘조용한 가족’을 연상시키지만, 코미디는 빠지고 훨씬 지독하고 황당한 냄새를 풍긴다.
2009년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패션 부문에서 상영된 영화로 지난해 개봉한 이정진, 김태우 주연의 ‘돌이킬 수 없는’을 연출한 박수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20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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