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수조원대의 고도화증설 투자를 벌이며 고도화율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5일 2조6000억원을 투입한 제2차 대산공장 고도화설비를 완공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고도화처리능력(30.8%)을 확보하게 됐다. 앞서 작년 제3 고도화시설을 완공해 업계 선두로 올라섰던 GS칼텍스는 이로써 두 번째로 뒤처졌다.
그러나 GS칼텍스는 올해 또다시 1조1000억원 규모의 제4차 증설을 추진해, 공사가 끝나는 2013년 다시 선두자리(고도화율 35.3%)를 되찾는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가 고도화시설에 투자한 금액은 네 번째 투자까지 포함해 총 5조원에 달한다.
고도화설비는 값싼 중질유를 분해해 휘발유와 경유 등 경질유를 생산함으로써 정제마진 개선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금과 운영비용 등을 고려할 때 채산성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GS칼텍스의 이번 4차 투자계획을 포함해 이들 정유사의 고도화설비 투자 계획은 모두 세계 금융위기 이전에 수립된 것이다. 당시에는 석유수요가 증가하며 시장 전망이 낙관적이었지만 현재는 금융위기의 복병 이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실제 최근 정제마진은 개선 추세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두바이유와 국제 석유제품가격의 스프레드 추이는 2008년 배럴당 30달러대에 육박했던 경유가 2009년 10달러 밑으로 추락한 뒤 작년에 겨우 10달러대를 회복했다. 휘발유는 10달러 밑에서 소폭의 등락만 이뤄져 경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아 보인다.
이 가운데 특히 국내 경유 소비가 감소하고 있어 고도화 증설 투자에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경유는 국내 원유 정제과정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제품이다. 원유 정제과정을 통해 약 14개의 석유제품이 생산되는데 그 중 경유가 28% 정도를 차지하는 것.
이러한 경유 생산은 고도화 증설에 따라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지만 정작 국내 경유 소비는 산업용 수요를 포함해 2008년부터 감소 추세에 있다. 세계 경기 회복세가 더디고 해외 증설로 인해 수출여건이 악화될 경우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내수시장 여건이 좋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더욱이 올해 원화 강세와 함께 중국과 유럽 등의 재정긴축 등으로 수출시장이 좁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유사간 고도화증설 투자가 갈리는 측면은 이러한 투자 전망을 반드시 낙관할 수 없게 만든다. 국내 석유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SK에너지는 다른 정유사와 달리 고도화증설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투자 전망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불투명한 투자 전망에도 불구하고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가 폐지될 것이란 정황이 고도화 투자를 서두르게 만들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기업의 투자액에 세금을 감면해주는 이 제도는 이달 1일자로 폐지될 예정이었으나 임투공제율을 낮춰 1년간만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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