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의 거짓대책과 기자의 오보

김선국 기자.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세계 4대 메이저 곡물기업이 농산물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 국제곡물시장의 유통채널을 쥐고 있는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 벙기, 카길, 루이스 드레퓌스(LDC) 등 이른바 'ABCD' 곡물 메이저기업의 힘은 기상이변과 같은 위기에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우리 정부도 지난 13일 ‘종합물가대책’을 내놨다. 올해 안에 미국 시카고에 민관 합동으로 카길과 같은 한국형 국제곡물회사를 설립하기로 한 것.

그러나 대책자료엔 곡물기업 설립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없었다. 중 장기 대책도 없었다. 그저 뉴스거리에 치우친 1년짜리 계획만 있을뿐.

분명 올해 안에 곡물기업을 세운다고 했지만 이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을 물어보면 '모르쇠'다.
그래서 이날 기자는 그들이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정부입장의 오보(?)를 날렸다. 지난 13일자 본지에 실린 '한국판 카길은 美 곡물기업 인수부터' 기사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와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제곡물기업을 세운다'까지는 대책에 나와 있는 내용. ‘단기적으로는 미국 현지에 있는 중소형 곡물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공개된 기업의 지분참여(30%이상)로 경영권을 확보할 방침..'은 '오보(?)'.

기자의 '오보'가 그들에겐 관심대상도 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하나의 정보였을까? 오보에 대한 보도 정정·설명자료 등 대응이 없어 정부가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현재 우리나라가 운용하는 자금은 정부 200억원, 민간 250억원으로 총 450억원 정도이다. 이 자금으로 국제곡물기업을 세운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거짓 대책이다. 곡물기업 설립 조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유통채널이기 때문이다. 이를 확보하려면 1기당 1000억원이 넘는 엘리베이터 건설이 뒷받침 돼야 한다.

'ABCD'의 그늘에서 벗어나 식량 자주권을 높이는 데는 엄청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 점에서 올해 안에 국제곡물기업을 세우는 건 '무리수'로 보인다.

초기부터 'ABCD'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경영시스템과 노하우를 배우고 난 후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쓸지를 먼저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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