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서울지역 공공관리자제도 시행 이후 정비사업 운영자금 대출조건이 까다로워 대부분의 조합들이 운영난을 겪자, 지난해 서울시가 융자조건을 완화했지만 해당 지역들은 여전히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조건은 완화됐지만 서울시 예산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8일 서울시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지역 내 추진위원회 단계의 재개발·재건축사업 구역은 총 208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여기에 조합 설립 인가 단계의 사업장이 합산될 경우 서울시의 예산에 의존해야 하는 사업장은 더 늘어나게 된다.
반면 서울시가 올해 추진위나 조합 운영에 필요한 자금으로 확보한 예산은 547억원(일반정비 300억원, 뉴타운 247억원)이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60%가량 삭감된 금액이다. 서울시는 조합 설립 인가 단계까지 구역당 최고 10억원을 대출해주겠다고 했지만, 208곳에서 10억원씩 대출해갈 경우 단순계산으로도 2080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10억원으로는 사업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 갑자기 서울시가 융자조건을 완화했으니 올해 예산을 받으려면 서둘러 신청하라고 했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해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에는 정비업체 용역비와 운영비 등 수십억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서울시가 추진위와 조합 설립 인가 단계에서 한번씩, 회당 최고 5억원만 대출받을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해 어떻게 사업을 꾸려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은평구 갈현1구역재개발구역도 현재 추진위 단계로 앞으로 필요한 자금은 수십억원에 이른다. 추진위 관계자는 “조합 설립 인가를 위해서는 조합원 총회, 동의서 징구, 협력사 결제 등 단계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자금만 수십억원”이라며 “융자조건은 완화해놓고 예산을 줄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갈현326주택재건축추진위 관계자도 “공공관리자제도 시행으로 사업이 빨라진다더니 6년째 제자리”라며 “서울시가 예산으로 감당할 수 없다면 조합 설립 인가 후 시공사를 선정하게 한다든지 보다 실질적인 대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융자를 신청, 현재 심사 중인 구역만 총 23곳에 이른다. 이들이 5억원씩만 대출해 가도 올해 예산(일반정비)의 30%가 소모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융자를 신청했더라도 올해 심사가 끝나 집행이 되는 만큼 올해 책정된 예산을 반영하게 되는 것”이라며 “현재 1조원을 재정투융자기관에 예탁해놓은 상태로 부족한 예산은 추경을 통해 더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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