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영화 왜?> 조선시대를 뒤흔든 활극 한마당…영화 '조선명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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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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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극 초월한 현대적 감각, 웃음 지뢰 곳곳에 포진

(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짐작은 했지만, 시작부터 요란스럽다. 영화 속 짭짤함을 책임지는 감초 오달수의 뜀박질로 시작된 영화는 난데없는 김명민의 ‘공중제비’ 등장으로 황당함을 더한다. 심상치 않은 시작이다. 두 사람의 극중 캐릭터는 김명민이 조선 시대 최고의 명탐정 김진, 오달수가 개장수 서필이란 인물이다. 첫 시작과 두 사람의 캐릭터, 거기에 느닷없는 오프닝. 딱 ‘요란스럽다’란 느낌이 제격이다.



그렇다면 영화 내용은 어떨까. 한마디로 볼거리의 난장판이다. 좌충우돌, 엎치락뒤치락, 왁자지껄, 이판사판 등이 난무한다.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상당히 정신없는 구조다. 하지만 영화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이 같은 무질서 아래 보이지 않는 실타래를 깔아 관객들로 하여금 숨은그림찾기를 유도한다. 조선 시대란 시대적 배경에 미스터리 탐정극이란 장르를 입힌 묘한 모양새를 갖춰 놨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탐정극의 ‘바이블’ 셜록 홈스가 뼈대로 자리 잡았다. 참고로 실제 원작은 작가 김탁환의 베스트셀러 ‘열녀문의 비밀’이다. 물론 기본 모티브만 따왔을 뿐 영화적 스토리와는 무관하다.



1782년 노론 세력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던 정조는 대규모 세금 증발 사건에 이어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까지 발생되자 최측근인 김진에게 정5품의 ‘탐정(探正·올바름을 밝혀내라는 뜻)’ 벼슬을 내리며 조사를 지시한다. 조사 첫날 위기에 처한 개장수 서필을 구한 김진은 뜻하지 않은 오해로 위기에 처하고 서필의 도움으로 그 위기를 모면한다. 이후 두 사람은 사건의 열쇠인 각시투구꽃의 본고장인 적성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비밀스런 여인 한객주(한지민)를 만나게 된다.

영화는 원작과는 다른 스토리답게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 역시 기존 사극과는 분명한 선을 긋는다. 도포자락 휘날리는 현대극이란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다. 주인공 김진의 수염조차 안방극장 사극 드라마에나 어울리는 ‘대감님’표가 아닌 서양 명탐정의 그것과 닮았다. 오죽하면 극중 정조(남성진)가 “수염 좀 어떻게 해봐라”며 핀잔을 주겠나. 물론 연출상의 유머이자 흐름상의 여러 쉼표 중 하나다.



미스터리 탐정극이란 장르답지 않게 곳곳에 포진한 유머 코드도 관객들의 시선이 오기만을 기다린 채 칼을 간다. ‘연기 본좌’ 김명민의 연기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충무로의 원조 ‘신스틸러’ 오달수의 능청 연기는 실제를 분간키 어려울 정도다. 예고편을 통해서도 공개된 감옥 탈옥 장면에서 김진과 서필이 주고받는 대사는 영화 전반의 코믹 코드와 두 사람의 관계를 한 줄로 압축 시킬 만큼 임팩트가 있다. 여러 조연 및 단역급 연기자의 ‘미친 존재감’도 시종일관 관객들의 웃음보를 쥐고 흔든다.

유머 코드에서 미스터리 탐정극의 기본인 서스펜션으로의 이동도 리드미컬하다. ‘몸 개그’ 수준의 코믹 연기가 난무하다가도 순간적으로 스크린을 장식하는 천주교와 각시투구꽃, 한객주의 비밀 등이 관객들의 긴장감을 팽팽히 잡아 당긴다. 특히 영화의 여러 반전 중 하나인 가면 무사의 정체는 관객들의 뒤통수를 때리기에 충분하다.



다만 너무 많은 얘기를 한정된 공간에 녹여 내려 한 욕심과 이 욕심이 반전 강박증으로 이어진 점은 문제다. 때문에 후반부의 여러 반전을 설명하기 위한 복선이 곳곳에 산재해 영민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허술해 보일 수 있는 약점도 안고 있다.

김명민과 오달수란 이름값에 주눅 든 탓일까. 파격적 연기 변신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한지민 역시 익숙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불편한 인상이 역력했다.

그래도 코믹과 미스터리에 액션과 복합적 반전까지 볼거리는 충분하다. 거기에 배우들 보는 맛도 크다. 정신없는 난장판 탐정 활극, 시리즈가 기대된다. 오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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