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도 중국선 '치맛바람' 텃세에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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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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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틈새시장 찾아도 중국 경쟁사 설계베껴 같은 제춤 내놔

미국 위스콘신 주 마니토웍에 있는 마니토웍사(社)는 수많은 여타 미국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시장에 매달렸다가 지금 낭패를 보고 있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자 마니토웍사처럼 중국을 상대로 사업하는 미국기업들은 중국시장에 잔뜩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이들은 중국을 상대로 무역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갈수록 절실히 실감하고 있다.

미시간 호반(湖畔)에 자리잡은 이 회사는 산업용 크레인, 상업용 제빙기, 첨단 요리기 등을 만드는 제조업체로서 그간 중국에 수출을 집중할 수 있었던 덕분에 종업원 8000명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자사의 크레인에 대해 예고 없이 수입관세를 매기는 바람에 종업원을 일부 감원하는 등 중국시장의 상황에 휘둘리고 있다.

마니토웍사는 아예 중국 현지에 공장을 짓고 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식당용 설비 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경쟁사들이 마니토웍사의 설계를 베껴 같은 제품을 내놓는 바람에 복병을 만났다.

2차대전 당시 잠수함을 만들었을 정도로 관록이 있는 이 제조업체는 1990년대 초 대중 수출을 시작한 이래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시장에 대해 품었던 커다란 기대를 접고 요즘은 한숨만 푹푹 쉬고 있다. 중국시장이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미국 관리들과 경제계 지도자들, 그리고 경제 분석가들은 후진타오 중국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표류 중인 양국 간 교역 협력관계를 바로잡아 주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을 앞두고 중국을 상대로 가입조건을 협상했던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WTO 회원국이 되면 미국의 대중 수출이 극적으로 늘리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이들의 기대는 적중했다. 미국은 2001년 중국에 190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는데, 이 수치는 2010년 900억 달러로 늘었다.

이와 함께 의류, 가전제품 등 중국의 값싼 제조물품이 미국에 밀려와 미국 저소득층의 가계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되었다.

하지만 WTO 회원국이 되면 자유무역의 정신을 광범하게 존중하리라 기대되었던 중국이 WTO 가입 이후 안면을 싹 바꾸었다는 것이 미국 내 비판자들의 시각이다. 관세를 인하하고 각종 비관세 장벽을 줄여나가겠다던 당초 약속을 중국이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존스홉킨스대학 고등국제연구대학원의 중국 전문가 피터 보틀리어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품었던 기대가 처음부터 과장되었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WTO 가입 이후 미·중 경제관계는 오히려 불균형이 심화되어 왔다. 중국상품이 쓰나미처럼 미국에 밀려들면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01년 830억 달러에서 2008년 2680억 달러로까지 늘어났다. 그런 한편으로 미국 본토에서 제조해 중국으로 수출하느니 아예 중국으로 건너가 공장을 차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미국기업들이 갈수록 늘어갔다.

중국의 WTO 가입 직전 미국 의회가 작성한 중국의 교역관련 ‘문제점’ 목록에는 △ 외국인 투자를 제한함 △ 외국기업들에 내국민 대우를 하지 않음 △지적재산권 보호가 미흡함 △ 무역을 왜곡하는 정부 보조금을 제공함 등이 대표적 사례로 적시되었다.

이후 △ 미국이 보기에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너무 낮게 유지한다 △ 미국이 보기에 중국이 자국의 에너지·기술 기업 육성을 위해 불공정한 각종 지원을 제공한다 등 미국과 중국이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앞에서 말한 ‘문제점’ 목록은 오히려 더 길어졌다.

또 WTO 가입 10년이 지났는데도 중국이 아직 WTO의 정부조달협정에 가입하지 않음으로써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조달 시장에 대한 외국업체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는 것도 미국 입장에서는 큰 문제다.

미국상공회의소의 국제부문 대표 마이런 브릴리언트는 “돌이켜보면, 우리는 (중국의 WTO 가입 당시) 다루고 싶은 의제들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10년 전 중국과의 협상에 참여했던 브릴리언트는 그렇지만 중국에 WTO에 가입했기 때문에 그나마 중국과의 사이에 무역분쟁이 생기더라도 WTO에서 해결을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마니토웍사는 중국과 결코 결별할 수 없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용 크레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마니토웍사의 크레인은 중국 싼샤댐 건설에 쓰였으며 이 회사는 중국의 WTO 가입 이후 한 달 평균 5대의 크레인을 중국에 수출해 왔다.

하지만 중국내 경쟁사들의 기술력이 갈수록 높아지는데다 중국이 “우리나라는 엄연히 개발도상국”이라며 WTO규정을 들어 2년 전 마니토웍사 등의 크레인에 최고 30%의 수입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이 바람에 마니토웍사의 크레인 매출이 증발해 버렸다.

하는 수없이 이 회사는 미국 기업들이 종종 쓰는 전술 두 가지를 채택했다. 먼저 2년 전 중국 크레인 회사와 합작기업을 설립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수출 증대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방대한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달리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마니토웍사는 중국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을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이 회사는 2500톤을 들어올릴 수 있는 최첨단 대형 크레인을 개발했다. 대당 2500만 달러(약 300억원) 하는 이 신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마니토웍사의 단기 목표다.

마니토웍사는 이처럼 기술혁신으로 중국시장을 뚫기로 하고 최근에는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북경오리의 조리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조리기를 기발했으며, 현재 고기만두를 비롯한 여러 중국음식의 조리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중국인들에게 이기려면 바깥에서 중국을 공격하기보다는 중국 안에서 길을 찾는 것이 낫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주경제 송철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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