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한 죽산 조봉암 선생(1898-1959)에 대한 재심에서 국가변란과 간첩 혐의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적 목적으로 정적을 죽인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경종을 울린 셈이다.
재판부는 사형선고 당시 유죄로 인정한 세 가지 혐의 중 국가변란과 간첩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했으며 다만 무기소지 혐의에 대해선 선고유예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변란 혐의에 대해 “진보당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거나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했다고 볼 수 없고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결성됐다고 볼 수 없다. 진보당의 통일정책도 북한의 위장된 평화통일론에 부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간첩 혐의에 대해서도 “유일한 직접증거인 증인(양이섭)의 진술은 일반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육군 특무부대가 증인을 영장 없이 연행해 수사하는 등 불법으로 확보해 믿기 어렵고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권총과 실탄을 소지한 것은 불법 무기소지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조봉암 선생은 독립운동가이면서 국회의원, 국회부의장을 역임하고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으며 초대 농림부장관으로 농지개혁 등 우리나라 경제체제의 기반을 다진 정치인이지만 잘못된 판결로 사형이 집행됐다”며 선고유예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독립운동가로 해방 후 국회의원과 농림부장관 등을 지내고 진보당을 창당한 조봉암 선생은 1958년 간첩죄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으나 2심과 3심에서 각각 사형이 선고됐고 1959년 7월 재심 청구가 기각되면서 사형이 집행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7년 9월 조봉암 선생의 사형 집행을 ‘비인도적, 반인권적 인권유린이자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서 유족이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이 2년여의 심리 끝에 작년 10월 이를 받아들였다.
조봉암 선생의 딸 조호정(83)씨는 재심 선고 직후 “50년을 힘들게 살았는데 이제 죽어서 아버지를 뵐 수 있게 됐다. 무죄가 되면 쓰려고 비워둔 아버지의 비문을 이제 써 넣어야겠다. 정적(政敵)을 이렇게 없애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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