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가무로 빛나는 설날의 별밤축제
윈난(云南)과 샹그릴라 일대의 춘제는 말 그대로 봄을 맞기 위한 대축제의 시간이다. 겨울인데도 윈난의 성도인 쿤밍(昆明)은 춘성(春城) 이라는 별명처럼 도시 구석구석에 훈훈한 봄기운이 감돌고 울긋불긋한 꽃들이 도처에 만개해 있다.
지난 2007년. 그해엔 2월 18일이 설이었는데 푸근한 날씨와 소수민족 중심인 지역정서 때문에, 추워야 ‘제맛인’ 설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춘제 명절을 쇠는 것 보다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차와 음식을 팔고, 숙박할 객실 손님을 붙잡는 것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었다.
한족 안내인은 쿤밍 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40%가 외지인이라고 귀뜸했다. 외지인들이 휴가나 노후 별장용으로 쓰기 위해 날씨가 온화한 쿤밍에 와서 부동산을 사두는 것이라는 얘기다. 부동산 투기는 이곳에도 크게 기승을 부리고 있었고 대출 억제등 당국의 규제가 서서히 이곳에 까지 손을 뻗치고 있었다.
“한국인들 중에 골프투어가 점점 늘어나고, 나중에 쿤밍에 와서 살겠다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곳 아파트는 ㎡ 당 4000위안 하는데 내가 아는 많은 한국인들이 여기에 아파트나 상점을 구입했어요” 그는 한국인들이 이미 윈난의 구석구석에 보금자리를 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당 4000위안하던 아파트들은 4년후인 지금 1만~1만2000위안까지 최고 3배까지 치솟았다.
“오늘이 춘제인데 당신들은 설을 쇠지 않나요?”
잠깐 쉴겸 찻집에 들러 주인 아가씨에게 물었다. 소수민족인 나시(納西)족 아가씨는“설은 우리에게 별 의미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집에는 대부분 농촌 가정과 달리 외부로 일하러 나간 농민공이 없었다. “외지에서 친지가 찾아 오는 것도 아니고 관습상 특별한 날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평소처럼 차를 팔면서 설을 보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방송에서는 설 휴가등을 보도하며 법석을 떨지만, 가족중에 단위(관공서나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그것도 우리와는 아무 관련이 없지요. 설이 되면 그저 관광객이 많아진다는 점이 비록 작은 장사이지만 우리에게 반가운 일입니다.”
쿤밍에서 시간 반 거리인 석림으로 가는 길과 주변 대지는 붉은 색을 띠었고 상록수와 채소, 파란 잔디가 비온 뒤의 대지에 청초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황토빛 붉은 구릉밭에서는 보리와 노란 유채꽃 등이 싱그러운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설 당일인 18일 새벽 한시께 다리(大理)에 도착했다. 인공 빛의 간섭이 없는 다리의 밤하늘에는 은빛의 거대한 '별 바다'가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별 바다를 가로질러 저 멀리 희끗희끗한 모습의 하얀 설산이 시야에 들어왔다. 날씨는 눅눅하고 푸근하고 쾌적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다음날 다리일대를 돌아보고 저녁에는 소수민족 바이(白)족들이 연출하는 춘제 맞이 전통 문화 프로그램, 바이족의 민속 춤과 노래, 토속 연극을 구경했다. 주민들 가운데 소수민족이 많은데다가 남방이라는 지역적 특색 때문인지 이곳의 설은 한족이 중심인 중국의 다른 지역 설처럼 그렇게 요란하지 않았다.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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